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패드를 구매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작업용, 학업용으로 필요한 게 아니어도 단순히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부터 아이패드를 사야 하는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취미로 그림을 그려보겠다거나 매일 아이패드로 다이어리를 쓰겠다는 큰 포부를 내건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튜브나 넷플릭스 시청은 곁다리일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막상 아이패드를 구매하고 나면 '유튜브 머신·넷플릭스 머신'으로 전락하고 만다. 수십만원을 들여 구매한 뒤 영상을 시청할 때만 사용하지만, 단순히 '아이패드를 샀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전형적인 애플 애호가들의 패턴이다.
그런데도 국내 소비자들은 유독 '프로'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요즘 스마트폰의 급 차이는 카메라에서 크게 나타나는데, 사진을 잘 찍지 않는 사람들도 가장 좋은 사양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금전적 여유가 된다면 좋은 제품을 쓰는 것을 싫어할 이유는 없다.
아이패드 에어는 프로 모델을 구매하기는 과하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작다고 느껴지고, 일반 아이패드를 쓰기에는 아쉬운 이들을 위한 적당한 선택지다. 애플로부터 아이패드 에어 5세대 신제품을 대여해 약 일주일 동안 사용해봤다.
아이패드 에어에도 'M1'
아이패드 에어5가 전작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것은 '두뇌'다. 지난해 출시했던 아이패드 프로에 이어 아이패드 에어 라인업에 처음으로 애플의 자체 칩인 'M1'을 탑재했다. 전작 대비 CPU(중앙처리장치)는 최대 60% 빨라졌고, GPU(그래픽처리장치)는 2배 빨라졌다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다만 M1 칩의 성능을 아이패드 생태계에서 확인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M1칩은 노트북에 탑재되는 수준의 반도체 칩이다. 앞서 언급했듯 단순히 유튜브 머신으로만 아이패드를 활용한다면 오버 스펙인 셈이다.
그럼에도 고사양의 게임을 즐기거나 프로크리에이트 등 드로잉 앱(App)을 활용한 사진 편집, 아이무비를 활용한 동영상 편집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유용하다. 실제 아이패드 에어5로 대표적인 고사양 게임으로 꼽히는 '원신'을 1시간 이상 실행해봤을 때 끊김없는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밖에 전작에 비해 소소하게 개선된 부분들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화상 통화 등 비대면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전면 카메라가 전작 700만 화소에서 12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 됐다. 카메라가 사용자의 얼굴을 따라 움직이는 '센터스테이지' 기술도 적용됐다. USB-C 타입 포트의 경우 데이터 전송 속도가 최대 10Gbps로 전작 대비 2배 빨라졌다.
기존 액세서리와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아이패드 에어5는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미니와 마찬가지로 애플 펜슬 2세대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프로 모델에 부착할 수 있는 매직 키보드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도 활용할 수 있다.
용량 다양화 아쉽지만…사용성 충분
전작 대비 나아진 성능에도 아이패드 에어5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것은 역시 '용량'이다. 아이패드 에어5는 64GB, 256GB 두 용량으로 출시됐다.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중간 단계인 128GB가 없다는 말이다. 128·256·512GB뿐만 아니라 1·2TB까지 출시되는 프로 모델과는 비교된다.
하지만 기존 아이패드 라인업과 비교했을 때 이는 그리 놀라운 행보가 아니다. 현재 애플은 아이패드 라인업 중 프로를 제외한 모든 모델을 64GB, 256GB 두 용량으로만 출시하고 있다. 이번 에어 모델에만 한정된 차별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 이는 태블릿이라는 제품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스마트폰의 경우 64GB 용량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드물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사진·동영상 기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고사양 앱들이 많아지면서 용량을 높일 필요성이 생겼다.
이에 비해 태블릿은 스마트폰에 비해 사용 빈도가 낮고, 태블릿을 활용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게다가 음악이나 영상 파일을 저장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스트리밍 전성시대다. 애플이 가장 낮은 용량으로 64GB를 고수하고 있는 데에는 이런 계산이 바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태블릿을 사용할 때 64GB가 부족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지인들 중 태블릿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 확인해봤다. 먼저 256GB 아이패드 프로를 쓰고 있는 대학원생의 경우 아이패드로 모든 수업 내용을 다 녹음하고 수업자료를 다운받아 사용하는데도 남은 용량이 196GB 수준이었다. 약 3년 동안 수업용으로 매일 같이 활용해도 약 60GB 정도만 사용한 것이다.
유튜브 시청과 게임을 위해 64GB 갤럭시 탭을 구매해 사용 중인 지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년간 47GB를 사용해 용량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작년 아이패드 에어4를 구매한 지인의 경우 처음부터 64GB를 구매했다고 한다. 다이어리 작성, 동영상 시청 등에만 사용할 예정이라 큰 용량은 필요없을 것이라고 판단해서였다. 다만 '덕질'을 시작하고 보니 현재는 용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여러 의견을 종합해보니 사진이나 동영상을 편집하는 용도나 여러 개의 고사양 게임을 동시에 플레이하고 싶은 이들이 아닌 이상 64GB도 사용하기에는 나쁘지 않다는 결론이다. 만약 아이폰, 맥북 등을 통해 애플 생태계를 활용하는 이들이라면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옵션도 있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아이패드로 사진이나 동영상 편집 작업을 해도, 64GB 용량이 크게 부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아쉬운 급나누기
다만 가격 구성을 보면 이같은 용량 구성이 고가의 프로 모델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려는 애플의 꼼수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패드 에어5의 256G는 아이패드 프로5의 128GB와 비슷한 가격대다. 256GB의 에어 모델을 살 바엔 용량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프로 모델 128GB를 사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패드 에어5 64GB는 이보다 20만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용량 문제 외에 소소한 단점들도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 모델에 아직까지 얼굴 인식으로 잠금을 푸는 페이스 아이디(Face ID)가 아닌 지문 인식인 터치 아이디(Toucg ID)를 고수하고 있다. 홈 버튼이 남아있는 일반 아이패드의 경우 지문 인식이 나름 편리하다. 하지만 에어 모델의 경우 홈 버튼이 없기 때문에 화면 가장자리에 위치한 전원 버튼을 통해 지문 인식을 해야 한다는 점은 다소 불편했다.
또 미니 LED를 탑재한 프로 모델과 달리 아이패드 에어5는 여전히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다. 마찬가지로 프로 모델에 지원했던 '프로모션' 디스플레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에어 모델의 한계다. 애플은 120Hz 주사율(1초에 화면이 몇 번 바뀌는지 나타내는 수치)을 지원하는 기능을 프로모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