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지난달 30일 국내에 아이패드 프로 6세대가 출시됐다. 애플의 최신 실리콘 'M2칩'을 탑재해 성능을 끌어올렸지만, 국내 반응은 잠잠하다. '환율' 탓이다. 고환율로 가격이 훌쩍 높아졌다. 2주 동안 신형 아이패드 프로6를 사용해봤다.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기능만큼은 애플 아이패드의 최고사양 모델다웠다.
고환율 영향에 높아진 가격
애플로부터 대여받은 모델은 신형 아이패드 중 최고 사양인 12.9인치 셀룰러 2TB(테라바이트)였다. 가격이 궁금해 조회해보니 아이패드만 360만원대였다. 여기에 환율 상승으로 가격이 20만원대에 가까워진 애플펜슬 2세대와 50만원 상당의 매직키보드를 더하니 400만원이 훌쩍 넘었다.
다만 아이패드 용량을 128GB로 줄이면 200만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진다. 스트리밍 영상 시청을 주목적으로 한다면 작은 용량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
또 다행(?)인 것은 아이패드 프로6에도 애플펜슬과 매직키보드 등 액세서리는 전작과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아이패드 이용 고객의 비용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애플 나름의 배려일 수도 있다.
강력해진 두뇌, 애플펜슬도 개선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사용감은 만족스러웠다. 전작과 외관상 큰 차이는 없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기능 개선'이다. 아이패드의 두뇌 역할을 하는 'M2칩' 덕분이다. 아이패드 제품에 M2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에 따르면 M2는 전작인 M1칩에 비해 중앙처리장치(CPU) 속도는 15%, 그래픽 성능은 최대 35% 향상됐다. 멀티태스킹이나 대용량 파일을 활용한 영상 작업 등을 더욱 빠른 속도로 할 수 있다. 또 CPU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통합된 뉴럴 엔진은 전작보다 40% 빨라져 초당 15조8000억회의 연산을 처리한다.
M2의 성능을 체감해보기 위해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가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작 게임인 '붕괴·스타레일'을 미리 체험해봤다. 붕괴·스타레일은 호요버스의 대표작인 '원신'만큼 고사양이 요구된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6에서는 끊김없이 돌아갔다. 각 캐릭터는 에너지가 가득 차면 필살기를 발동할 수 있다. 이때 짤막하게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볼만했다. 노트북과 비슷한 12.9인치의 큰 화면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각종 앱 전환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스테이지 매니저' 기능을 활용해 16개의 앱을 동시에 켰을 때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스테이지 매니저는 여러 개의 앱을 띄워 작업하고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iOS(애플 운영체제)16부터 업데이트된 기능이다.
하나의 스테이지에 4개의 앱을 동시에 띄워 4개의 스테이지를 형성할 수 있다. 총 16개의 앱을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데, 아이패드 프로6에서는 모든 앱이 원활히 작동됐고 전환도 자연스러웠다. 매직키보드와 연동해서 사용하니 애플의 노트북인 '맥북'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M2의 힘을 빌려 애플펜슬 기능도 한층 개선됐다. 애플펜슬이 디스플레이에 닿게 될 지점이 어디인지 미리 보여주는 '호버' 기능이 탑재됐다. 애플펜슬이 아이패드 프로6 화면에 12mm 이내로 접근하면 화면에 펜슬 위치를 미리 띄워준다. 사소한 기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M2칩이 연동된 애플펜슬을 지속적으로 스캐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술이다. 특히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릴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일반인 체감 어려운 '프로급' 기능
다만 일반인이 아이패드 프로6를 사용하면서 M2의 성능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편집·개발 등 전문적인 영역을 필요로 하는 이들도 있지만 보통 아이패드의 용도는 동영상 시청, 다이어리·노트 필기 등이다. 일반적인 용도로 M1과의 차이를 느끼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이런 기능은 프로급 모델이 아니어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국내 소비자들은 대체로 프로급 모델을 선호한다. 이른바 '보태보태병'이다. 이는 "돈을 조금 더 보태면 한 단계 좋은 모델 살 수 있는데 이왕이면 좋은 걸 살까?"라는 생각에서 결국 최고 사양 모델을 사게 되는 행태를 빗댄 말이다.
하지만 고환율이 겹친 이번 가격 상승은 '앱등이(애플 우호가)'의 보태보태병을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D 렌더링 프로그램인 '옥테인X'나 영상편집 프로그램인 '다빈치 리졸브' 등을 활용하는 전문가라면 아이패드 프로6는 안성맞춤일 수 있다. 그러나 곧 '유튜브 머신'으로만 활용할 것 같다면 더 이상 보태지 않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