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PC(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데스크톱의 위상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재택근무·온라인수업이 늘며 수요가 잠시 증가했지만, 엔데믹에 접어들며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1.2% 줄어든 4억310만대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로 관련 수요가 늘기 전인 2019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올 초 신형 칩셋 M2프로를 탑재한 소형 데스크톱 '맥미니'를 선보였다. 고가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장착한 애플이 맥미니에 붙인 형용사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심지어 이번 신제품은 M1칩을 탑재한 전작보다 저렴하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어려워진 PC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애플로부터 PC 본체인 맥미니와 함께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등 여러 PC용 액세서리를 대여해 2주간 사용해봤다.
M2으로 강력해진 맥미니
올해 출시된 맥미니 신제품은 작년 공개된 M2와 올해 출시된 M2프로를 탑재한 제품으로 나뉜다. M2프로를 탑재한 제품은 "사상 최초로 맥미니에 프로급 성능을 구현했다"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말 그대로 '전문가용' 제품이다.
이에 비해 M2를 탑재한 맥미니는 일상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8코어 CPU(중앙처리장치)와 10코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탑재해 앱 실행, 멀티태스킹 등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능을 빠른 속도로 처리한다.
가격도 그렇다. M2 맥미니 중 8GB 통합메모리, 256GB SSD를 탑재한 최저사양 모델 가격은 80만원 중반대다. 전작의 가격이 80만원 후반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싸졌다.
그렇다고 성능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M2 맥미니는 이미지 편집 속도가 이전 세대 대비 최대 50% 빨라졌고, 영상 편집 작업은 두 배 이상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윈도우 데스크톱과 비교하면 최대 5배 빠른 속도라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실제 M2 맥미니를 활용해 웹 서핑, 영상 편집, 게임 등 여러 기능을 동시에 실행시켜도 버벅거림이 없었다. 애플의 무료 영상편집 프로그램인 아이무비를 활용해 4K 고화질 영상을 편집했는데, 1분 길이의 영상이 빠르게 옮겨지고 프로그램 내에서 버퍼링도 없었다.
M1 맥미니와 같은 시점에 출시된 M1 맥북 에어와 비교했을 때, 성능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긱벤치5를 구동해보니 M1 맥북 에어는 싱글코어 2320점, 멀티코어 7638점을 기록했고 M2를 탑재한 맥미니는 각각 2592점, 9193점이었다. M1 맥북 에어에 비해 M2 맥미니 멀티 코어 성능이 약 20% 향상된 셈이다. 긱벤치는 CPU 성능을 측정하는 테스트 프로그램이다. 싱글코어는 CPU 코어 한 개에서의 작업 실행 능력, 멀티코어는 모든 CPU 코어를 측정한다.
M2로 부족하면 M2프로
M2 맥미니는 제품 뒷면에 2개의 썬더볼트 포트, 2개의 USB-A 포트, 1개의 HDMI 포트가 있다. 이는 전작과 다르지 않다. 이를 통해 연결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2대로 전작과 동일하다. 썬더볼트 포트를 통해 60Hz(헤르츠)에서 최대 6K 해상도 디스플레이 1대, HDMI에 연결해 60Hz에서 최대 4K 해상도 디스플레이 1대를 연결할 수 있다. 썬더볼트로 2대를 모두 연결할 경우 각각 최대 6K, 5K의 해상도를 구현한다.
최대 2대까지 디스플레이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M2 맥미니에서 3대의 디스플레이를 연결하고 싶다면 분배기를 추가 구매해야 한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애플은 프로 모델을 통해 또 다른 선택지를 내놨다. M2프로 맥미니는 4개의 썬더볼트 포트를 탑재하고 있고 최대 3대의 디스플레이 연결이 가능하다. 또 HDMI 포트를 사용하면 최대 8K 디스플레이 연결도 가능하다. 맥미니에서 8K를 지원하는 것은 이번 M2프로 맥미니가 최초다.
한계 여전해도…애플 써보고 싶다면
M2프로 맥미니가 전문가를 위한 선택지라면, M2 맥미니의 타깃은 분명하다. '맥 생태계를 경험해보고 싶은 윈도우 사용자'다. M1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사실상 체감되는 성능 차이는 크지 않을 터다.
하지만 윈도우 사용자라면 처리 속도 등에서 차이가 와닿을 수 있다. 물론 다른 운영체제에 적응할 시간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애플은 애플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와 PC제품의 맥OS 간 이질감을 없애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PC 프로그램의 아이콘을 모바일 아이콘과 동일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아이폰 사용자로서 iOS에 익숙하다면 맥 생태계에도 금방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제품 가로·세로 길이가 20cm, 즉 한 뼘 정도 크기에 불과해 공간적 여유가 없는 소비자들에게도 적합하다. 독서실 수준의 좁은 책상에 두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아이폰이나 에어팟 등을 사용 중이라면 연동성도 무시 못할 이유다.
다만 아직까지도 데스크톱을 구매하는 이유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은 애플에게는 숙제다. 애플이 '애플 아케이드'로 구독형 게임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게임은 윈도우'라는 공식은 아직 견고하다. 현재 맥북 내 앱스토어의 무료 인기 게임 2위가 '스도쿠', 3위가 '지뢰찾기'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PC 본체가 제품 구성 전부이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키보드 등 다른 구성품을 별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액세서리는 타사 제품과도 호환이 가능해 기존 사용하던 액세서리가 있다면 최소한의 지출만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없다면 부담이 커진다.
실제 맥미니의 제대로 된 체험을 위해 함께 대여한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키보드, 매직 트랙패드, 매직 마우스의 가격을 모두 합치니 약 260만원에 달했다. 자칫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만약 PC 액세서리가 전혀 없다면 오는 6월5일 WWDC(세계개발자회의)에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체형 컴퓨터 아이맥을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