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투자를 서서히 늘리고 있다. 이전까지 베트남 생산법인과 부산사업장에 투자키로 한 1조6000억원 규모에 3000억원을 추가 투입키로 한 것이다. 이번 추가 투자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 증설에 투입되는 금액은 총 1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기판 투자 서서히 늘려 총 1.9조
22일 삼성전기는 반도체 패키지기판 시설 구축에 약 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추가로 투자하는 금액은 국내 부산, 세종사업장 및 해외 베트남 생산법인에 대한 시설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패키지기판 시설 투자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작년 베트남 생산법인에 1조3000억원 규모를 투자한데 이어, 지난 3월에는 공장 증축 및 생산 설비 구축에 3000억원 추가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삼성전기가 기판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것은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해서다. 현재 패키지기판 시장은 하이엔드급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서버, PC의 성능 발전으로 고속 신호처리가 필요한 곳에서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하이엔드급 패키지 기판 시장이 연간 20% 정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글로벌 거래선의 하이엔드급 패키지기판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자율주행 확대로 인한 전장용 패키지 기판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반도체칩과 메인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제품이다. 고성능 및 고밀도 회로 연결을 요구하는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 처리장치)에 주로 사용된다. ▷관련기사: 애플도 원하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뭐길래(5월1일)
특히 최근 5G·AI(인공지능) 등 반도체 고성능화로 기판의 층수가 늘어나면서 미세회로 구현, 슬림화, 층수 확대 등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FCBGA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중에서도 기술 난이도가 높다.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기판이 모든 시스템을 통합하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서버나 네트워크, 하이엔드 PC 중심으로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업계 '3강' 굳히기 총력
이번 투자결정은 시장 선점의 기반을 구축해 글로벌 3강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삼성전기는 투자 확대를 통해 국내 최초로 서버용 패키지기판을 연내 양산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서버, 네트워크, 전장 등 하이엔드급 제품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1991년 기판사업을 시작한 삼성전기는 플래그십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용 반도체 패키지기판 시장에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또 국내 기판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서버와 같은 하이엔드급 패키지기판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장덕현 사장은 "로봇, 클라우드,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미래 IT 환경에서는 AI가 핵심 기술이 되면서 AI반도체 등 고성능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기술력 있는 패키지 기판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삼성전기는 SoS(System on Substrate) 등 새로운 개념의 패키지기판 기술을 통해 첨단 기술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풍 성장하는 기판 사업
패키지기판의 성장성은 실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1분기 삼성전기에서 패키지기판을 담당하는 패키지솔루션 부문의 매출은 5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7% 증가했다. 이는 전 사업부문 중 가장 높은 성장세였다.
이같은 성장세는 2분기 이후에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판의 호황으로 기판솔루션의 이익기여도는 작년 15%에서 올해 30%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라며 "특히 FCBGA 관련 매출은 연평균 20%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