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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분담'이라 썼지만 '권력압박'이라 읽힌다

  • 2022.06.28(화) 06:30

[기자수첩]'민간경제 활성화 논리' 상황따라 달라져서야

국민의힘은 시중은행들에게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이익을 취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르자 내놓은 대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금이나 세금 형태로 정유사 초과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이어지자 휘발유와 경유값을 떨어뜨려 국민이 체감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발상이다. 

정부도 정유사 가격담합행위 여부를 점검키로 했다. 또 통신사에게 5G 할인 요금제를 만들 것을 권고했다. 통신비가 가정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어르신을 위해 저렴한 요금제를 만들고, 청년 유저에게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라는 가이드라인이다. 

최근 경제계에서 논란인 몇 가지 사례다. 여야 정당과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이해는 된다.  

일각에선 국민 대다수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요소일 경우 권력기관이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반대로 권력기관이 시장경제 특정영역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견해도 있다. 

찬반이 분분할 수 있기에 몇 가지 가정과 질문을 생각해봤다. 

IMF 위환위기 당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에 동참했듯, 고통분담은 자발적일 때 박수 받는다. 고통분담 명분 아래 다수 국민을 위해 소수 기업이 피해 보라는 강압 방식은 과연 옳을까. 과점시장이고 전국민 대상 사업자이니 국회·정부가 나서서 강압하는게 당연한 일일까.

공교롭게 타깃군은 갑을관계 구도에 있다. 금융사나 통신사는 권력기관이 규제권을 발동시키면 매출이나 CEO인사에 영향을 받는다. 몇몇 정유사 이익이 떨어졌다고 국민여론이 크게 악화될리 없다.  

언제든 다수를 위해 소수가 피해볼 수 있는 경제구조라면, 그 시장에 들어설 어느 기업·주주가 반겨할까. 수출기업은 전폭지원, 내수기업은 감시눈으로 벽을 쌓는다면 어느 내수사업자가 달가워 할까. 

정부는 최근 62조원 추경을 통해 돈을 풀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로 피해본 중소상공인 등을 돕겠다는 취지지만, 추경은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리고선 글로벌 물가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심각해졌다며 기업들 물가잡기에 나섰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의 경제철학은 '민간 경제 활성화'다. 정책 당위성은 얼마나 될까.

돈을 푸니 여론이 좋고, 돈 많이 버는 기업을 잡아 물가를 잡겠다고 하니 반대여론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지금 당장은 강압적 규제정책이 효과볼지 몰라도 학습효과가 생긴 경제 생명체는 반드시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그 피해는 더 큰 규모로 다음 차례에 나타난다. 혹시라도 '나 때만 아니면 괜찮아'를 생각한다면 너무 무책임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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