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을 확대해야 한다.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이 활성화되면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향상과 함께 기업과 산업 전반이 성장할 수 있다.
1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위기의 한국 원료의약품 산업, 활성화 방안은?'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날 자리에는 정순규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김민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 안명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본부장 등이 나서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급격하게 감소한 건 2010~2020년 사이다. 특히 지난 2019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6.2%로 최저를 기록하는 등 수입 원료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국내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주요 국가는 중국과 일본, 인도다. 이들 3개국 수입비중이 총 59%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수입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높을 경우 공급망이 붕괴했을 때 탄력적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발발로 해외 원료의약품 생산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했고 항공로가 막히면서 원료의약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또 과거에 중국은 사드와 의약품 불순물 사태, 인도는 가짜의약품 등의 이슈로 국내 원료의약품 공급망에 이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명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본부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각지에서 의약품 공급 부족사태가 발생하면서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세계 각국의 핵심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며 "국내 의약품 산업은 제네릭 경쟁이 치열하고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값싼 해외 원료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및 인도의 원료의약품 가격은 국산 원료의약품에 비해 3분의 1가량 저렴하다. 국내 제약기업들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의 지속적인 약가인하로 원가를 절감해야 하는 만큼 저가 원료의약품 수입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순규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을 확대해야 산업과 기업이 동반 성장하고 이를 통해 제조 시설 및 품질 개선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산 원료의약품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김 이사는 "국내에서 생산한 원료의약품 대부분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완제의약품 생산회사가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 시 획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등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시장에서 별다른 효력을 내지 못 했던 '자사 및 자회사 원료의약품 사용 시 1년간 약가우대' 조건을 폐지하고 약가우대 대상을 모든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안 본부장도 "국가필수의약품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안 되는 만큼 필수 원료의약품의 자급화가 확대될 수 있도록 보험약가 우대, 연구개발(R&D) 지원, 세재지원, 규제개선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책임연구원도 인센티브 및 국산 원료의약품 R&D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직접 생산 원료의약품에 대해서는 약가를 우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고부가가치 원료에 대한 R&D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원료의약품 산업이 국가첨단기반 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역량 강화와 기술 및 인력 확충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