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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위로 쌓아 올리는 이유

  • 2022.08.07(일) 12:00

[테크따라잡기]
SK하이닉스, 세계서 가장 작고 높은 낸드 개발

SK하이닉스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인 낸드플래시를 238단까지 쌓았습니다. 이 회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최고층' 낸드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낸드의 크기를 줄여 생산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죠.

한 웨이퍼로 얼마나 많은 칩(반도체)을 생산할 수 있느냐가 반도체 회사의 생산성을 결정하는데, SK하이닉스는 낸드를 높이 쌓아올려 칩의 크기를 줄이고 있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 238단 512Gb TLC 4D 낸드플래시 / 사진 = 회사 제공

제품명 뜯어보니

최근 SK하이닉스는 238단 512Gb(기가비트)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 신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 2022'에서죠.

이해하기 어려운 제품명을 뜯어보면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층수를 의미하는 238단과 4차원 구조를 의미하는 4D는 반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하나의 셀(저장공간)안에 3개의 비트를 저장하는 TLC는 반도체의 저장용량을 좌우합니다. Gb는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죠.

우선 238단은 반도체 위로 쌓아 올린 층수를 의미합니다. 반도체의 한정된 면적 안에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담기 위해 반도체 셀을 위로 올리는 '적층' 기술입니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12월 176단 낸드를 개발한 지 1년 7개월 만에 62층을 더 높게 쌓는 데 성공한 것이죠.

층수를 높게 쌓으면서 낸드의 크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반도체의 '고층'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서죠. 좁은 면적에 높은 층수를 쌓으면서 이전 세대인 176단보다 생산성이 34% 높아졌습니다.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반도체)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죠.

238단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4Gb입니다. 이전 세대보다 50% 빨라졌죠.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쓰는 에너지 사용량은 21% 절감했습니다. 

4D는 4차원 구조로 구현된 반도체란 의미로, SK하이닉스만의 독자적인 용어입니다. 2018년 개발한 낸드 96단부터 3D를 넘어선 4D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4D에는 PUC(Peri Under Cell) 기술 등이 적용됐죠.

PUC는 셀을 작동하는 주변부(peri) 회로를 하단부에 까는 기술입니다. 아파트 옥외주차장을 지하주차장으로 바꿔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원리죠. 이를 통해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TLC는 한 개의 셀 안에 3개의 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낸드입니다. 

1개에 셀 안에 1개의 비트를 저장하면 SLC(Single Level Cell), 2개면 MLC(Multi Level Cell), 4개면 QLC(Quadruple Level Cell), 5개면 PLC(Penta Level Cell, 5개) 등으로 나뉘죠. 정보 저장량이 늘어날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에 SK하이닉스가 개발한 낸드의 가장 큰 특징은 '최소면적 위에 최고층'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생산성과 연결됩니다. 한 웨이퍼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회사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높은 층수의 낸드를 개발하면서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회사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층 집에서 고층 아파트로

낸드를 위로 쌓아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입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3차원 수직구조 낸드(3D Vertical NAND)를 양산했죠. 

그전까지만 해도 낸드는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게이트에 전하를 저장하는 방식(플로팅 게이트)을 사용했는데,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좁아진 셀 간에 전자가 누설되는 간섭현상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단층으로 배열된 셀을 3차원 수직으로 적층하는 ‘수직 증축’방식의 낸드입니다. 수직으로 쌓아 올린 3차원 공간에 구멍을 내어 각 층을 연결했죠. 

지난해 송재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부사장)은 기고문을 통해 "2013년 첫선을 보였던 3차원 V낸드는 당시 수십 년간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던 전통적인 2차원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패러다임이었다"며 "평평한 대지에 집을 짓고 살았던 사람들이 인구가 늘어나게 되자 아파트를 짓고 살게 된 것과 같은 이치"라고 평가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2014년 32단 128Gb 3bit 3D V낸드, 2015년 48단 256Gb 3bit 3D V낸드, 2016년 64단 256Gb 3bit 3D V낸드 등을 잇달아 양산하며 기술 측면에서 초격차를 유지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추격에 나섰습니다. 2017년 72단 256Gb TLC 3D 낸드, 2018년엔 4D 낸드 구조를 적용한 96단 512Gbit TLC 낸드, 2002년 176단 512Gb TLC 4D 낸드, 2022년 238단 512Gb TLC 4D 낸드 등을 개발했죠.

미국의 마이크론도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76단 모바일용 낸드, 지난달 232단 낸드를 출하며 한국 반도체 회사와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이고 있죠. 업계에선 앞으로 1000단 낸드 시대도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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