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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폰트까지 일본 허락" 우마무스메 사태 커진 이유

  • 2022.09.30(금) 17:50

회사-이용자, 피해보상 합의 '불발'
"일본 개발사 검수에 불만 대처 어려웠다"
"게임사, 운영 정보 투명하게 공개" 지적도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이 게임의 공급사인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게임의 이벤트 조기 종료에 따른 피해 보상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다.

이 같은 게임회사와 이용자간의 신경전에는 게임 운영에 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이용자의 불만이 깔려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경우 이 게임을 개발한 일본 회사와 카카오게임즈간의 의사소통이 늦어지면서 사태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카카오게임즈

'말 아빠'가 소송 건 이유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집단 환불 소송을 요구하는 소장을 지난 23일 제출했다. 이용자 변호인 측에 따르면 이날 기준 소송 희망 인원은 7000여명으로, 소송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마무스메는 일본의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게임이다. 실제 경주마를 의인화한 캐릭터를 육성해 경마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다. 카카오게임즈는 올 6월부터 우마무스메의 '퍼블리셔(공급사)'를 맡아 한국에서 이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우마무스메는 국내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넘기며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일본 서버와의 차별 운영, 주요 이벤트의 갑작스러운 종료로 인해 '한국 홀대론'이 불거졌다. '챔피언스 미팅' 이벤트를 앞두고 일본 서버는 3주 전에 공지했지만, 국내 서버에는 3일 전에 공지를 띄워서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2주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SSR 키타산 블랙 픽업 이벤트'를 3시간 일찍 끝내 이용자로부터 비판받았다. SSR 키타산 블랙은 이용자 사이에서 게임을 정상적으로 즐기기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이벤트가 조기 종료된 이유는 접속 인원 폭증으로 인한 서버 점검이었다. 이 내용의 공지는 이벤트 조기 종료 당일에 게시됐다.
"공지부터 폰트까지 모두 확인받아야"

카카오게임즈와 사이게임즈는 공급사와 개발사의 관계다. 우마무스메 운영은 개발사와 협의 하에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일 공식 카페에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의 한국어판 서비스는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와 개발사인 사이게임즈 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다"며 "공식 카페의 공지 내용, 게재 시점, 마케팅 소재, 마케팅 영역, 신규 상품, 쥬얼 지급 스케줄, 운영 스케줄에 이르기까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에 관련된 모든 사항은 개발사인 사이게임즈와 협의한 후에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일본 게임사들의 흥행 IP 관리는 철저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게임 개발사가 자국의 IP에 대한 '장인정신'이 있다 보니 관리 및 검수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카카오게임즈가 이 게임의 자막의 글자 간격, 폰트 등 사실상 모든 부분을 사이게임즈와의 논의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의 불만 사항을 빠르게 대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마차 시위 이후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또 운영 담당자 교체, 게임 운영 개선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양측은 간담회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피해 보상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탓이다.

이용자 측은 이벤트 조기 종료로 발생한 손해를 보상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서버 점검을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벤트를 놓친 것은 개인의 선택으로, 이용자가 피해를 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용자의 요구대로 간담회가 열렸지만, 논의가 결렬되면서 결국 법정으로 공이 넘어간 것이다.

"게임 운영 투명성 높여야"

이번 소송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벤트 조기 종료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의 피해를 이용자들이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데다 법률적으로도 기간(7일)이 지난 결제는 계약을 철회하기 어려워서다.

이용자도 이 점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우마무스메 이용자 변호를 맡은 이철우 변호사는 "현행법상 승소가 어려운 건 잘 알고 있다"라면서도 "법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게 이번 소송의 목표"라고 전했다. 

게임사와 이용자간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넷마블 '페이트/그랜드 오더' 유저들이 회사의 갑작스러운 이벤트 종료에 항의해 '트럭 시위' 등의 단체 행동을 하는가 하면, 엔씨소프트 '리니지M'유저들은 과금 시스템이 패치 전으로 돌아가 발생된 손해에 항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게임 운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조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운영부터 보상 체계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이를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조항을 넣으면 게임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사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지훈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부회장은 "게임사의 자발적인 게임 운영 정보를 공개해 회사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 유입을 유도하는 게임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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