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늦어도 제대로. 애플답다."
애플이 올해 새롭게 내놓은 아이폰14 시리즈의 첫 인상이다. 전작과 비교해 이번 아이폰14의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전면 디스플레이에 카메라 모듈 부분을 뚫어 구현한 '다이내믹 아일랜드', 상시 디스플레이 기능인 AOD(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 메인 카메라의 화질 개선이다.
그런데 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등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보니 달랐다. 흔히 보던 기능이 아니다. 전면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구멍을 내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확장시켰고,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에서도 세심함이 느껴졌다. 여기에는 프로급 이상에만 적용된 새로운 '두뇌'도 한몫 했다. 성능 개선을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커지고 튀어나온 카메라는 '옥의 티'였다.
애플로부터 아이폰14 시리즈의 가장 인기모델인 아이폰14 프로와 비인기모델인 아이폰14 플러스를 빌려 일주일 동안 사용해봤다.
늦었지만 좀더 섬세하게
아이폰14 시리즈는 △아이폰14 △아이폰14 플러스 △아이폰14 프로 △아이폰14 프로맥스로 총 네 종류다. 아이폰12 때부터 선보였던 작은 사이즈의 '미니' 모델 대신 플러스 모델이 새롭게 추가됐다. 제품 크기는 아이폰14와 프로 모델이 6.1인치, 아이폰14 플러스와 프로맥스 모델이 6.7인치로 같다.
이번 신작 역시 애플의 특기인 '급 나누기'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고급 모델인 프로와 프로맥스에만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A16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일반 모델과 플러스 모델은 아이폰13 프로 라인업에 탑재된 A15 바이오닉이 적용됐다.
A16 바이오닉은 애플 최초 4나노미터(nm) 공정으로 설계된 반도체지만, 직접 사용했을 때 A15 바이오닉과 눈에 띄는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A16 바이오닉은 프로급 이상에만 도입된 새로운 기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AOD였다. AOD 기능을 활성화한 상태에서도 배터리 소모가 크지 않았다. 저전력 화면이 켜진 상태로 1시간이 지났을 때 배터리는 1% 정도 줄었다. 덕분에 충전 없이도 하루 정도는 무난히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A15 바이오닉 대비 20%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하는 A16 바이오닉의 CPU(중앙처리장치) 덕이다. 저전력 모드로 들어가면 재생률이 1Hz(헤르츠)까지 낮아진다.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오랜 시간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상황을 스스로 감지, 자동으로 AOD를 꺼준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는 오래전부터 AOD 기능을 스마트폰에 적용해왔지만, 아이폰에 이 기능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입은 늦었지만 질적으로는 개선됐다.
저전력으로 전환된 화면이 여타 스마트폰과 달랐다. 단순히 시계가 표시되는 것이 아니라 잠금화면이 자연스럽게 어두워진 형식이다. 이는 애플워치에 적용된 AOD와 같은 방식인데, 화면 전환이 자연스럽고 세련됐다는 느낌이다.
새 두뇌가 해낸 디스플레이 혁신
다이내믹 아일랜드 기능 역시 AOD와 마찬가지로 A16 바이오닉을 기반으로 가능해진 신기능이다. A16 바이오닉은 디스플레이가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역할을 한다.
다이내믹 아일랜드는 애플만의 펀치홀 디스플레이다. 일반 펀치홀 디스플레이는 전면 카메라 부분에만 구멍을 낸다. 이에 비해 아이폰은 전면에 안면인식을 위한 트루뎁스 카메라가 내장돼 있다. 카메라 구멍 하나만 내는 방식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애플은 이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M자 탈모'로 불렸던 노치를 없애고 길쭉한 타원형 모양의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냈다. 이 디스플레이에서는 알림이나 중요 경고, 주요 앱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악을 재생하면 다이내믹 아일랜드에 표시되고, 이를 누르면 바로 앱으로 연결된다. 동시에 타이머를 구동하면 다이내믹 아일랜드가 두 개로 분할된다. 페이스 ID를 통해 안면을 인식하는 것도 다이내믹 아일랜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앱은 아직 많지 않다. 메시지 등 기본 앱을 쓸 때도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애플은 올해 안으로 실시간 현황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도입,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일례로 우버 앱으로 택시를 불렀을 때, 택시가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다이내믹 아일랜드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더 좋아진, 더 튀어나온 카메라
아이폰14 일반·플러스 모델과 프로·프로맥스 모델의 급 차이는 카메라 기능에서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다른 점은 메인 카메라 화소 수다. 아이폰14 프로·프로맥스에는 아이폰 최초로 4800만 화소의 메인 카메라가 탑재됐다. 빛이 적은 저조도 환경에서 확실히 차이가 느껴졌다. 아이폰14 플러스로 촬영한 사진보다 아이폰14프로로 촬영한 사진이 더 밝고 사물이 또렷하게 표현됐다.
이와 함께 줌 선택지도 0.5배·1배·2배·3배로 늘어났다. 전작에 비해 2배줌이 추가된 것이다. 다만 카메라 사양으로만 보면 아쉬운 지점도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0 울트라부터 디지털 줌을 이용한 100배줌과 1억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해서다.
급 차이를 두지 않고 아이폰14 라인업 공통으로 개선된 부분도 있다. 일단 전작인 아이폰13 프로 라인업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혔던 접사 기능이 아이폰14 전 기종에 도입됐다. 하지만 피사체에 가까이 가져갈 때 촬영 렌즈가 초광각 렌즈로 바뀌는데, 이 전환이 매끄럽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또 아이폰14 시리즈 전체에 기존 '뉴럴 엔진' 대신 새로운 사진 처리 알고리즘인 '포토닉 엔진'을 공통 적용했다. 쉽게 말해 보정 처리 기술을 개선했다는 말이다.
동영상 촬영도 소폭 개선됐다. 전작에서 첫선을 보였던 시네마틱 모드는 초당 30프레임의 4K 해상도를 지원하도록 개선됐다. 움직이면서 영상을 촬영할 때도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찍어주는 '액션모드'도 아이폰14 전 기종에 공통 적용했다.
하지만 카메라 기능 개선과 '카툭튀' 정도가 비례한다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그간 여러 스마트폰을 체험해봤지만 아이폰14 프로의 카툭튀는 유독 도드라졌다. 스마트폰 뒷면에서 카메라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제품 중앙에 박혀있는 애플 로고를 넘어설 기세다.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12와 비교해보니 크기 차이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무조건 '프로'로 가야한다고?
아이폰14 시리즈는 프로급 라인업에 유독 기능이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아이폰 시리즈 중 프로 모델이 가장 인기 있는 모델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자주 떨어뜨리는 이들이라면 일반·플러스 모델을 고려할 만하다. 아이폰14 일반·플러스 모델만 후면 유리를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다.
그간 아이폰의 경우 제품의 뒷면과 측면을 감싸는 하우징이 모두 일체로 돼 있었다. 때문에 뒷면 유리가 깨졌을 때도 본체를 통째로 뜯어 수리해야 했다. 뒷면 유리만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뒷면 유리가 깨졌을 때 수리 비용은 아이폰 12·13 일반 모델 기준 40만원 중반대, 아이폰 12·13 프로맥스 모델 기준 60만원 중반대에 달했다.
그런데 이번 아이폰14 일반·플러스 모델은 후면 유리를 분리할 수 있어 별도 부품 수리가 가능하다. 비용으로 따지면 절반 이하인 20만원대로 수리 가능하다.
이에 비해 아이폰 14 프로·프로맥스의 경우 기존과 설계가 똑같기 때문에 여전히 뒷면 유리 수리 비용은 60만~70만원대다. 스마트폰을 자주 떨어뜨려 뒷면을 깨뜨린 경험이 있다면 아이폰14 일반·플러스 모델이 괜찮은 선택지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