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편집자]
2020년 11월 아이폰12 프로를 구매해 체험기를 쓴 뒤로 4년이 흘렀다. 4년간의 '존버(끝까지 버티기)' 끝에 아이폰16 프로를 구매했다.
▷관련기사: [보니하니]흠 많다는 아이폰12가 만족스러운 이유(2020년 11월24일)
체험기를 쓰며 이전까지 출시된 모든 스마트폰을 사용했기에 기기를 바꾸고 싶은 유혹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했던 건 사용하던 아이폰12 프로가 너무나도 멀쩡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2년으로 여겨졌던 스마트폰 구매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산증인이었다.
아이폰16 프로를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카메라였다.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새롭게 도입된 '카메라 컨트롤'이 시선을 끌었다. 애플의 AI(인공지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구매 전부터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기대감조차 없었다. 그간 아이폰16 프로에 대한 기능 설명 기사는 많았던 만큼, 이번 [보니하니]에서는 아이폰12 등 구형 아이폰에서 아이폰16 시리즈로 갈아탔을 때 체감되는 차이점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편리한 듯 아닌 듯 '카메라 컨트롤'
지난 9월 아이폰16 공개 당시, 애플의 신제품 공개 행사 때마다 따라붙는 '혁신은 없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전작 대비 판매량이 부진하다는 소식도 지속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처음 1차 출시국으로 분류된 만큼, 국내에서 아이폰16을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통신사 사전예약을 했는데, 2차로 분류돼 주문 후 제품을 받기까지 3주가 넘게 소요됐다.
다행히 '뽑기'에는 성공한 듯싶다. 일부 아이폰16 제품에서 발생한다는 '패닉 풀' 현상은 경험하지 못했다. 이는 기기가 제멋대로 멈췄다가 전원이 자동으로 종료되고 불시에 다시 켜지는 현상을 말한다. 다만 기대했던 '카메라 컨트롤'과의 첫 만남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여러 카메라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카메라 컨트롤은 기기 우측 하단에 장착돼 있는데, 이 버튼을 사용하기가 불편하고 어려웠다. 버튼이 생각보다 위에 위치해있어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다 펴도 조작이 쉽지 않았다. 성인 여자치고 손이 큰 편에 속하는 데도 그랬다. 버튼에 손을 올리려면 화면 앞에 손가락을 걸쳐야 하는데, 화면이 가려지는 느낌도 받았다.
아이폰16 프로를 사용한 지 3주가 넘었지만, 아직 조작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카메라 컨트롤은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가 켜지고, 한 번 더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 버튼을 길게 누를 경우 동영상 촬영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버튼을 살짝 누르면 △확대·축소 △노출 △피사계 심도 등 여러 제어 옵션을 조절할 수 있다.
기자의 경우 살짝 눌러 여러 제어 옵션을 조정하는 게 자연스럽게 되지 않아 결국 화면에 손을 뻗고 있다. 평소 조작법을 익히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이긴 해, 개인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다양한 카메라 앱(App)과도 호환이 된다는 점은 편리했다.
영상 만족했지만…플레어 여전
구형 아이폰을 사용했던 터라 카메라 컨트롤 외 카메라 성능 개선도 크게 체감됐다. 4년 동안 아이폰 프로 모델은 여러 카메라 기능이 개선됐다. 뒷면 3개 카메라 모두 1200만 화소에 그쳤던 데 비해 아이폰16 프로는 4800만 화소 퓨전, 4800만 화소 초광각, 12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를 탑재했다. 이에 따라 광학줌 5배 옵션이 가능해졌고, 접사 사진도 4800만 화소 화질로 찍을 수 있게 됐다. 접사 사진을 찍을 수 없던 아이폰12 프로 유저에게는 천지개벽할 성능 개선이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기능은 영상이다. 이번 신작의 프로·프로맥스 모델에만 탑재된 4800만 화소 퓨전 카메라는 초당 120프레임의 4K 돌비비전 동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평소 동영상을 즐겨 찍는 이들이라면 환영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 촬영해 보니 인센스 스틱의 연기가 눈에 보이는 것만큼 자연스럽게 찍혔다. 사진 앱에서 동영상 촬영본의 재생 속도를 조정할 수 있게 된 것도 유용했다.
야간 촬영도 개선됐다. 아이폰12 프로 대비 밝고 선명하게 찍혔다. 다만 아이폰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플레어 현상'은 크게 개선됐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플레어란 강한 광원이 렌즈나 센서에 반사돼 빛이 번지거나 잔상이 남는 현상을 말한다. 한밤중 밝은 조명이 설치된 조형물을 촬영했더니 하늘에 별자리처럼 잔상이 남았다.
구형 아이폰 사용자에겐 '혁신'
최신 아이폰 프로 사용자에게는 익숙할 만한 기능도 아이폰12 프로 사용자에겐 새롭게 느껴졌다. 대표적인 게 120Hz(헤르츠) 주사율(1초에 화면이 몇 번 바뀌는지 나타내는 수치)을 지원하는 '프로모션' 기능이나 화면을 껐을 때도 날짜, 시간, 배터리 잔량, 알림 등이 계속 표시되는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AOD)'다.
아이폰12 프로의 경우 프로모션 기능이나 AOD도 지원하지 않던 모델이라, 두 기능에 대한 만족도가 컸다. 아이폰14 프로부터 적용된 '다이내믹 아일랜드'도 큰 쓸모는 없지만, 애플만이 할 수 있는 디테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다이내믹 아일랜드 적용과 동시에 베젤(테두리)도 얇아져 화면이 확 커진 느낌이었다. 동작 버튼이나 볼륨 버튼을 눌렀을 때, 물리적으로 화면이 눌리는 것 같은 효과를 준 것도 이색적이었다.
아이폰16 프로를 구매해 꽤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지만, 아이폰17을 기다리겠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4년 전 구형 모델인 아이폰12 프로를 사용하던 터라 성능 개선이 크게 느껴졌지만, 아이폰14 이후 사용자라면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폰16 시리즈의 가장 큰 변화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반년 뒤에나 한국어를 지원한다.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1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된 통화 녹음 기능은 '녹음 고지' 탓에 시도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기존 갤럭시 사용자라면 아이폰16을 구매해 보는 것도 색다른 도전이겠지만, 아이폰13 이전 사용자가 아니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스마트폰 구매 주기는 2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