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혁신은 없었다.'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따라붙는 말이다. 그리고 출시 직후부터 각종 품질 논란이 이어진다. 올해 아이폰15 공개 이후에도 같은 패턴이 이어졌다.
올해는 단순 논란에 그쳤던 예년과는 달랐다. 애플이 처음으로 발열 문제를 인정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iOS 업데이트로 발열 문제는 해결됐지만 이후에도 번인, 전원꺼짐 등 다양한 성능 논란이 계속됐다.
스마트폰 기술의 발달로 예전처럼 눈에 띄는 혁신을 찾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폰15 신제품을 실제 사용해 보니 완성도가 돋보였다. '애플은 애플'이었다. 애플로부터 아이폰15 프로맥스를 약 일주일 동안 대여해 사용해 봤다.
'맥스' 답지 않은 무게감
아이폰 최고 사양 모델인 프로맥스는 매년 역대급 무게를 갱신해 왔다. 첫 프로맥스 모델인 아이폰XS 맥스는 208g으로 시작했지만, 이후부터 급격히 무게가 늘었다. 아이폰11 프로맥스는 226g, 아이폰12 프로맥스는 228g이었고 아이폰13·14 프로맥스는 240g이었다.
같은 해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최고 사양 스마트폰인 갤럭시S 울트라 시리즈와 비교하면, 항상 아이폰 프로맥스 시리즈의 무게가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역전에 성공했다. 아이폰15 프로맥스의 무게는 221g으로, 2020년 출시된 아이폰11 프로맥스보다도 가볍다. 올초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3 울트라(233g) 무게보다도 12g 적다. 이전까지 프로맥스 모델을 들어보면 확실히 묵직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아이폰15 프로맥스는 이보다 가볍다는 느낌이다.
이는 항공우주 등급의 티타늄으로 소재를 변경한 덕이다. 애플은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에 적용된 티타늄 소재에 대해 "우주선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프리미엄 합금으로, 어느 금속에 견주어도 가장 높은 비강도를 자랑한다"고 설명한다. 출시 초기에는 티타늄 소재가 내구성이 약하다는 문제도 제기됐지만, 기우였던 것으로 보인다. 티타늄 소재가 적용된 아이폰15 프로맥스 뒷면을 손톱 등으로 긁어봐도 쉽게 긁히지 않았다.
새롭게 탑재된 맞춤형 동작 버튼도 인상적이었다. 이전까지 아이폰 왼쪽 테두리 상단에 위치한 스위치는 소리 모드와 무음 모드를 설정하는 기능만 제공했다. 하지만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에는 동작 버튼이 새롭게 도입됐다. 사용자 편의에 따라 △카메라 △손전등 △음성메모 △집중모드 등을 설정하거나 단축어 기능을 통해 원하는 옵션을 설정할 수 있다. 카메라 비디오로 옵션을 설정한 뒤 동작 버튼을 길게 누르자 곧바로 실행돼 편리했다.
아이폰15 프로맥스는 베젤 역시 역대 아이폰 중 가장 얇다. 실제 아이폰15 플러스와 비교해보니 차이가 극명했다. 아이폰15 프로맥스를 사용해본 지인은 "화면이 튀어나올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PC급으로 발전한 스마트폰 두뇌
티타늄 소재 적용과 함께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의 또 다른 특징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에 탑재된 A17 프로는 업계 최초로 3나노(㎚, 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한 칩이다. CPU(중앙처리장치)는 마이크로 아키텍처와 디자인 개선으로 전작 대비 최대 10% 더 빨라졌고,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코어에서 6코어로 재설계해 전작 대비 최대 20% 빨라졌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긱벤치6를 구동해 보니 아이폰15 프로맥스의 GPU 점수는 2만7292점으로, 아이폰15 플러스(2만2511점)와 차이가 컸다. 아이폰15 플러스는 작년 출시된 아이폰14 프로 라인업과 같이 A16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CPU 성능도 전작 대비 개선됐다. 아이폰15 프로맥스의 CPU 싱글코어 점수는 2945점, 멀티코어는 7421점으로 아이폰15 플러스(2639·6748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역대 아이폰과 비교했을 때 CPU와 GPU 점수 모두 최고치다. 특히 CPU 멀티코어의 경우 태블릿인 아이패드 에어 5세대(7954점)에 준하는 점수를 기록했다.
A17 프로의 성능을 가장 확실히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은 게임이다. A17 프로 탑재로 GPU 성능이 뒷받침된 덕분에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은 아이폰 최초로 하드웨어 가속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레이트레이싱은 물체에 투과·굴절·반사되는 빛을 실감 나게 표현하는 렌더링 기술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레이트레이싱 대비 4배 빠른 속도를 지원한다는 것이 애플 측 설명이다.
또 낮은 배터리 소모로도 이미지 품질을 개선해 주는 '메탈FX 업스케일링'도 지원한다. 이를 체험하기 위해 고사양 게임으로 꼽히는 호요버스의 '원신'을 실행해 메탈 FX 업스케일링 기능을 활성화해봤다.
설정에서 메탈FX를 켜자 '현재 설정 부담이 매우 크다. 기기가 심하게 뜨거워지거나 게임 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문이 떴다. 하지만 경고문이 무색하게도 아이폰15 프로 맥스로는 원활한 게임이 가능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카메라 부분을 중심으로 열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30분이 지나도 버벅거리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 게임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그 밖의 성능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성능은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 △레지던트 이블4 △데스 스트랜딩 등의 게임이 아이폰용으로 출시되면 확실히 체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게임들은 그간 콘솔·PC용 게임으로만 나왔는데, 연내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에서도 재생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폰 카메라 중요하다면
A17 프로는 카메라 성능도 향상시켰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의 카메라를 '프로급 렌즈 7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성능'이라고 소개한다. 이는 △접사 △0.5배줌 △1배줌(24mm) △1.2배줌(28mm) △1.5배줌(35mm) △2배줌 △3배줌(프로) 혹은 5배줌(프로맥스)이다.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단렌즈 초점거리인 24mm, 28mm, 35mm를 적용해 한층 섬세한 사진 촬영이 가능해졌다.
특히 아이폰15 프로맥스는 역대 아이폰 중 가장 긴 5배 광학 줌을 지원한다. 아이폰15 프로에는 3배 망원 카메라를 장착해 급 차이도 뒀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난 2020년 갤럭시 S20 울트라부터 100배 줌을 도입한 것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지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5배줌을 활용해 찍은 사진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또 애플은 일반과 프로 라인업의 차이를 접사·야간 모드 촬영에 뒀다.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에는 인물사진 촬영 시 야간 모드 적용이 가능하지만 일반 라인업은 불가능하다. 접사 역시 프로 라인업만 적용되기 때문에 평소 사진 촬영에 진심이라면 프로 라인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가벼워진 무게와 좁아진 베젤, 그리고 USB-C타입 호환성만으로도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의 구매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특히 평소 게임을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여기에 좀 더 나은 카메라 성능과 큰 화면을 원한다면 프로맥스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