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한 가운데 애플을 비롯해 국내 아이폰 부품사 주가가 이틀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했지만 과도기적 제품이란 평가와 함께 '애플에 투자할 타이밍이 아니다'는 혹평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애플은 0.8달러(0.36%) 하락한 220.1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1%대 약세를 보이다가 0.09달러(0.04%) 상승 마감한 데 이어 주가가 부진한 흐름이다.
애플은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아이폰16 시리즈 등을 공개했다. 애플은 이날 아이폰16 시리즈에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애플 '첫 AI폰' 아이폰16, 뭐가 달라졌나 봤더니(9월10일)
이와 관련해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애플을 투자할 타이밍이 아니다"고 밝혔다. 아이폰16 시리즈의 가격이 동결됐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 연구원은 "아이폰16 시리즈의 가격이 동결됐다는 점은 아직 AI 사이클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라며 "AI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재료비 증가를 수반하는데 판가를 올리지 않으면 AI의 도입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아이폰16 시리즈는 AI를 향한 중요한 이정표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화려한 시작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아이폰16 시리즈는 AI 관점에서 과도기적인 제품"이라고 짚었다.
하드웨어 변화가 크지 않은 가운데 애플 AI 출시가 10월로 미뤄지면서 내년으로 구매 수요가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디자인을 비롯한 하드웨어 변화가 크지 않은 만큼 결국 아이폰16 흥행의 성패를 가를 요소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활용성인데 기대보다 우려 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10월부터 베타 버전이 출시될 예정인데, 챗GPT 등 핵심 AI 서비스 제공 일정은 미정"이라며 "영어 외 언어 관련 서비스 제공 시점도 내년 이후로 전망되고 있어 출시 초기 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2025년에 출시될 아이폰17이 대대적인 디자인, 하드웨어 변화가 예상되므로 구매 수요의 이연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애플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국내 아이폰 부품사인 LG이노텍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전날 1만4000원(5.89%)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오전 10시 40분 기준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폰16 가격 동결이 부품사에 악재로 꼽힌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애플은 아이폰16의 판매 가격을 동결했는데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아이폰17에서도 가격 동결이 이어진다면 향후 애플 벨류체인 기업의 부품 가격 인하 압박은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