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3일 새벽(한국시간)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아이폰 판매가 부진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3분기 아이폰 매출은 선방한 모습이다. 하지만 PC(개인용 컴퓨터) 제품군인 '맥(Mac)'이 지난해 3분기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며 전체 매출은 4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4분기부터 아이폰15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애플은 최신 애플 실리콘 'M3'를 탑재한 맥을 통해 반전도 꾀한다.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분쟁 여파로 인한 소용돌이 속에서, 애플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매 부진 우려? 아이폰 '선방'
애플의 올 3분기 매출은 894억9800만달러(약 118조4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매출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3% 증가한 269억6900만달러(약 35조6900억원)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30.1%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7.6%)보다 2.5%p(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와 유사한 매출을 기록한 데에는 '서비스'의 힘이 가장 컸다. 앱스토어, 애플케어, 아이클라우드, 애플TV, 애플뮤직 등 서비스 분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223억1400만달러(약 29조 53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판매 감소 우려가 지속됐던 아이폰도 선방했다. 3분기 아이폰 매출은 438억500만달러(약 57조9800억원)로 지난해 3분기(426억2600만달러, 약 56조4200억원)보다 2.8% 늘었다. 특히 이번 실적에는 지난 9월 출시한 아이폰15 판매가 약 일주일만 포함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3분기에는 중국 내 생산 차질을 빚어 아이폰 매출이 다소 부진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 3분기 아이폰 매출이 늘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기저 효과를 배제해도 증가세 시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이폰의 선전과는 달리 노트북과 PC 등을 포함한 맥 매출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3분기 맥 매출은 76억1400만달러(10조8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3.8% 감소했다. 전 사업군 중 가장 하락 폭이 컸다. 3분기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과 아이패드 매출은 각각 93억2200만달러(약 12조3400억원), 64억4300만달러(약 8조53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4% 10.2% 줄었다.
애플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들
일부 제품군의 부진에도 애플의 올 3분기 성적표는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전 레피니티브)는 애플의 매출을 892억8000만달러(약 118조1600억원)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실적 발표 이후 뉴욕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애플의 주가가 3% 이상 하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에 대해 "글로벌 전반적으로 IT 제품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아이폰을 제외하면 다른 제품들의 매출액 가이던스(추정치)가 보수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애플의 중국 시장 매출은 150억8000만 달러(약 19조96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154억7000만달러, 약 20조4700억원) 대비 2.5% 감소한 수준이다. 중국은 아이폰의 생산 기지이자, 본토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최근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에 따라 중국에서 나타나는 '애국 소비' 움직임이 애플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애국소비 열풍의 주역으로 떠오른 화웨이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지난 8월 출시한 '메이트 60 프로'의 인기에 힘입은 결과다.
이에 따라 화웨이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전년 동기 대비 3.8%p 높아져 상위 5개 업체와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14.2%로 전년 동기(15.3%) 대비 1.1%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이러한 시장 우려 불식에 나섰다. 팀 쿡 CEO는 "중국에서의 아이폰 매출은 9월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며 "중국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했음을 감안했을 때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모델도 중국 내 애플 판매량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중국 내 아이폰 수요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맥 부진 어쩌나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3분기 전사 실적을 끌어내린 맥의 성장도 필수적이다. 맥 제품군은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전사 매출이 역성장세로 접어든 시기와 같다. 특히 올 3분기는 역성장을 기록한 4개 분기 중에서도 가장 하락 폭이 컸다.
전 세계 PC 시장이 점차 회복세에 진입하는 추세라는 점도 뼈 아프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6460만대를 기록했다. 출하량 감소세는 여전하지만, 감소 폭이 줄었다. 카날리스는 "이는 1년여 만에 가장 작은 연간 출하량 감소"라며 "재고 수준과 기본 수요 모두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추가 신호"라고 진단했다.
다만 올 3분기 맥의 매출 감소는 작년 3분기 고성장에 따른 역기저 효과 탓도 있다. 작년 3분기 맥 매출은 중국에서의 생산 차질을 빚은 이후 매출이 크게 반등한 바 있다.
애플은 M3를 탑재한 맥 제품군을 통해 반전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달 31일 자체 설계한 신형 칩인 M3 라인업과 함께 이를 적용한 노트북 '맥북 프로'와 데스크톱 '아이맥' 신제품을 공개했다.
M3 제품군은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술로 제작된 최초의 PC용 칩이다. 애플에 따르면 M3를 탑재한 맥북 프로14는 M1을 탑재한 맥북 프로13 대비 최대 60% 빠르며, M3 맥스를 장착한 맥북 프로14·16은 M1 맥스를 탑재한 맥북 프로16 대비 최대 2.5배 빠르다.
하지만 이번 신제품이 맥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분기 맥의 신제품 출시 효과가 기대되나 전 분기 대비 실적 둔화 폭 축소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아이폰은 전년 대비 성장하고 서비스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하겠지만, 아이패드와 웨어러블은 큰 폭의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