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아이폰은 '프로'가 무조건 답이라고 생각했다. 제품을 추천할 때도 애플의 다른 제품은 프로급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외쳐왔지만, 스마트폰만은 예외였다. 하지만 이번 신제품 아이폰15는 다소 느낌이 달랐다. 처음으로 일반 혹은 플러스 모델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대화면을 원한다면 작년부터 추가된 플러스 모델이 좋은 선택지다. 애플로부터 제품을 대여해 일주일 동안 사용해 봤다.
'플러스'만의 장점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4부터 미니 모델 대신 제품 크기를 키운 플러스 모델을 선보였다. 총 4가지의 모델 중 일반과 프로가 6.1인치, 플러스와 프로 맥스가 6.7인치로 크기가 같다. 일반 모델과 플러스 모델은 제품 크기를 제외하면 모든 성능이 동일하다.
다만 크기에서 오는 차이는 있다. 일단 아이폰15 플러스의 무게는 201g으로 당연히 일반 모델(171g)보다 무겁다. 반면 크기만큼 넓어진 화면은 높은 만족감을 줬다. 평소 6.1인치 화면을 사용하던 터라 화면이 확 커진 느낌을 받았다. 다만 평균 여성 기준으로 볼때 편하게 손에 쥐기엔 다소 벅찬 느낌이었다.
제품이 커졌기 때문에 배터리 크기도 다르다. 애플은 구체적인 배터리 용량 대신 제품 사용 시간을 기준으로 공개하는데, 동영상 스트리밍 기준 아이폰15 플러스는 최대 20시간으로 일반 모델 대비 4시간 길다. 실제 사용해 보니 충전 없이도 하루 종일 사용이 가능했다. 오랜 사용으로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기 전이라면 보조 배터리나 충전기를 챙기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았다.
달라진 점, 달라지지 않은 점
아이폰15 공통으로 봤을 때 가장 큰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USB-C' 타입의 적용이다. 아이폰에 있어서만은 라이트닝 단자를 고집했던 애플의 큰 변화다. 아이폰을 제외하면 라이트닝 단자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충전 호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기존 에어팟 사용자들은 C타입이 적용된 제품을 새롭게 구매해야 할 이유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폰15 일반·플러스 모델의 경우 전작과 비교해 외관에도 변화가 있다. 눈으로 봤을 때는 크게 티가 나지는 않지만 질감의 차이다. 프로급 모델에만 적용했던 매트(광택이 없는)한 질감의 마감 처리가 처음으로 일반·플러스 모델에도 적용됐다. 특유의 광택이 싫어 프로를 선택했던 소비자들이 반길 소식이다. 또 전작과 달리 제품 가장자리를 곡면 처리해 손에 쥐었을 때 잡는 느낌이 편안했다.
기존까지 프로급 모델에만 적용했던 '다이내믹 아일랜드' 기능도 처음 도입됐다. 다이내믹 아일랜드는 전면 디스플레이에 카메라 모듈 부분을 여러 모양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구현한 기술이다.
프로급이 아니어도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기능의 '쓸모'를 찾지는 못했다. 전면 화면에 거슬리던 카메라 모듈 부분을 활용했다는 점에서는 기발했다. 다만 도입 1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성은 떨어지는 분위기다. 다이내믹 아일랜드에서 음악 제어, 지도 확인 등이 가능했는데 실제 활용도는 높지 않았다.
애플의 특기인 프로 라인업과의 '급 나누기'는 여전했다. 애플이 '프로모션' 기술이라고 명명한 120Hz(헤르츠) 주사율(1초에 화면이 몇 번 바뀌는지 나타내는 수치)과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AOD)는 여전히 프로급 모델에만 적용했다. 이전 프로 라인업 사용자라면 한두 세대가 지나더라도 일반급으로 내려오기 어려운 이유다.
작년 프로급에 탑재됐던 두뇌를 일반 모델에 넣는 전례도 그대로 이어갔다. 아이폰15 일반·플러스에는 작년 아이폰14 프로 라인업에 탑재됐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A16 바이오닉이 탑재됐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사양이었지만, 재고 처리 같은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충분히 만족할 만한 카메라
아쉬움은 카메라를 써보니 사그라들었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15 모든 라인업의 메인 카메라를 4800만 화소로 통일했다. 메인 카메라를 4800만 화소로 설정해 촬영해보니 사진이 더 또렷하게 찍혔다. 어두운 환경에서 야간 모드를 끈 채 촬영해 보니, 2400만 화소로 촬영한 결과물과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특히 일반·플러스 모델은 여전히 망원 카메라가 빠진 듀얼 카메라(2대)지만, 광학 줌은 3가지 옵션이 가능해졌다. 카메라 개수에 따라 줌 옵션을 제공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4800만 화소의 고해상도 카메라 덕분에 가능해진 기능이다.
아이폰15 일반·플러스 모델에는 2배 망원 줌 옵션이 새롭게 추가됐는데, 이는 기본 카메라를 크롭(확대)하는 방식이다. 2배 줌을 지원하는 카메라를 도입한 것은 아니지만 메인 카메라의 화소를 높인 덕에 화질 손실 없이 이미지를 잘라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평소 2배 줌으로 촬영한 사진을 선호했던 터라, 일반·플러스 모델에 2배 줌을 지원한다는 것만으로도 소구 포인트가 확실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 사진 활용도가 높아진 것도 장점이다. 아이폰이 자동으로 심도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인물 사진 모드로 사진을 찍지 않았어도 나중에 편집을 통해 인물 사진으로 바꿀 수 있다. 또 촬영 당시 초점이 어긋난 사진도 보정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프레임 안에 사람이나 강아지·고양이가 있거나 사용자가 사물을 탭 해 초점을 맞췄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아이폰15 플러스를 며칠간 사용해 보니, 아이폰15를 기점으로 단순히 뛰어난 카메라 기능을 위해 프로 라인업을 선택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일상을 담기에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티타늄 소재 도입으로 색상이 다소 칙칙해진 프로·프로맥스와 달리 산뜻한 파스텔톤으로 기분 전환도 할 수 있다.
물론 인물 사진에서 야간 모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한밤중에 인물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면 예외가 될 수 있다. 또 전문가급 영상 촬영이나 콘솔·PC급 초고사양 게임 등을 원한다면 아이폰15 프로나 프로 맥스로 넘어가는 게 좋다. 한 번이라도 120Hz 주사율을 맛봤다면 다시 눈을 낮추기도 어려울 터다. 그런 게 아니라면 이참에 돈을 아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아이폰15 플러스는 프로 대비 20만원, 프로 맥스 대비 40만원가량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