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의 사업다변화 계획에 속도가 붙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으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다.
시장에서 우려를 표한 자금 조달도 문제가 없다는게 회사측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를 시작으로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낮추고 배터리 소재, 수소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탄탄대로'
지난 10일 공정위는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LOTTE Battery Materials USA Corporation(LBM)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건을 조건 없이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이 오는 2월 말까지 대금을 납부하면 모든 인수 절차가 마무리 된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사업 확장을 위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추진했다. 지난해 10월 주식매매계약(SPA)을 통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5%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고, 11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업체다. 동박은 배터리의 음극재 등에 사용되는 얇은 구리막이다. 이 회사는 2021년 기준 국내 동박 시장 점유율 2위, 전 세계 기준으로 4위다.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와 달리 투자금 조달엔 큰 무리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의견이다. 그동안 대규모 투자에 더해 롯데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지출이 많아지면서 롯데케미칼의 재무 건전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많았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중 유상증자를 통해 1조2000억원 정도를 조달할 예정이다. 이번 증자에는 롯데지주와 롯데물산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 중 60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으로 사용한다. 이후 자체 보유한 현금 3950억원과 금융권에서 조달한 1조7000억원을 통해 인수 자금 2조7000억원을 모두 마련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금융권에 (자금 조달에 대한)확인도 마친 상황이고, 이달 유상증자를 마치면 인수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금 납부 이후 마무리 과정을 거쳐 2월 말까지 인수를 매듭짓고, 올해부터 일진머티리얼즈 실적을 롯데케미칼에 반영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 목표
그동안 롯데케미칼은 사업 구조 다변화를 위해 힘써왔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롯데케미칼이 추진할 미래사업은 미래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 사업과 배터리 소재 사업 그리고 리사이클 및 바이오 사업"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사업구조 변화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통사업인 석유화학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전 세계적인 ESG 경영 확산과 환경 규제 강화로 석유화학 사업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실적에서 석유화학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부의 매출은 3조5874억원으로 전체 매출(5조6829억원)의 63.1%를 차지했다.
하지만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Naphtha·납사) 등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며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작년 3분기 기초소재사업은 영업손실 2770억원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사업 부진으로 작년 롯데케미칼 전체 실적도 큰 폭 하락할 전망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손실 439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롯데케미칼이 내놓은 해결책은 '체질 개선'이다. 2030년까지 수소에너지 사업과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각각 매출 5조원과 7조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다. 이들 사업엔 2030년까지 총 10조원이 투입된다. 최근 롯데건설이 상환한 5000억원도 대부분 신사업에 투자한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로부터 3개월 만기로 5000억원을 차입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건설로부터 상환받은 500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에 투입하기보다 신사업 투자에 무게를 두고 사용할 예정"이라며 "올해 발생할 영업이익과 이달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까지 고려하면 재무안정성 유지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