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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STX중공업 대신 HSD엔진 품는 이유

  • 2023.02.17(금) 15:57

대우조선해양 주 거래처 확보
대형엔진 전문성…시너지 겨냥

그래픽=비즈워치

한화그룹이 선박엔진 전문기업 HSD엔진 인수에 나선다.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HSD엔진까지 품에 안을 한화는 토탈 선박 제조 솔루션을 제공해 조선산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엔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HD현대와 맞붙었던 STX중공업 인수전에서는 발을 뺄 전망이다. 

조선업 밸류 체인 완전체 구축

한화임팩트는 HSD엔진 지분 33%(2269억원)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지난 16일 공시했다. 한화임팩트는 HSD엔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4%를 인수하고, 구주 19%를 매수한다. 

한화그룹 3세 삼형제는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한화에너지는 한화임팩트 지분 52%를 갖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다음 주부터 실사를 시작해 오는 4월경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기업결합승인 심사를 거치면 3분기 중 인수가 마무리된다.

HSD엔진은 현대중공업 엔진부문, STX중공업 등과 함께 글로벌 3대 선박용 엔진 사업자로 평가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한화가 HSD엔진까지 품으면, 자체 생산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선박 엔진은 통상 선박가액의 10%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으로 알려진다.

한화가 지난해 말 STX중공업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민 배경도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를 통해 조선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중순 진행된 STX중공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인수 대상은 STX중공업 지분 47.8%로 1000억원대 규모로 알려졌다. 당시 HD현대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도 입찰에 함께 뛰어든 바 있다. 

STX중공업 우선협상 대상자는 이달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한화가 HSD엔진 인수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해당 인수전에서는 발을 빼게 됐다. 

“인수가 이상 아웃풋 낸다”

한화가 1000억원대 STX중공업 대신 2000억원대 HSD엔진을 선택한 까닭은 대형 엔진 전문기업 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앞서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이 LNG 운반선·유조선·컨테이너선·LPG선 등 대형 선박을 건조하기에 대형 엔진 기술이 필요했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선박 엔진을 사들이는 주 거래처가 HSD엔진이고, HSD엔진의 주요 고객이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점도 시너지 상승 요인으로 지목됐다. 

HSD엔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다. 해당 기간 HSD엔진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액은 약 1347억원, 분기 누적 매출액 중 25%에 달했다.

한화 관계자는 “STX중공업이 중소형 선박 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반면 HSD엔진은 대형 선박 엔진 제작에 전문성이 있다”며 “STX중공업을 인수한 후 대형엔진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여기에 들어갈 기회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이보다는 HSD엔진을 인수하는 것이 사업 경쟁력 확보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HSD엔진 매출 및 수주 잔고./그래픽=비즈워치

HSD엔진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주 잔고가 2조30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가액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HSD엔진은 올해 들어서만 4건의 선박 엔진 공급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삼성중공업과 2건을, 나머지 2건은 중국 조선사인 CMHI장쑤 및 양찌앙과 각각 체결했다. 올해들어 2월까지 누적 수주액도 2112억원으로, 이는 2021년 연간 매출의 35%를 넘어서는 규모다.

아울러 HSD엔진이 갖춘 친환경 기자재·발전설비 생산 기술은 한화의 선박용 친환경 엔진 개발 역량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선박 친환경 엔진은 최근 해양 분야 탈탄소화에 따라 주목받는 분야다. 

한화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HSD엔진까지 인수하게 됨으로써 납기·가격 측면에서의 시장 경쟁력을 높임은 물론 선박 유지보수 역량도 강화돼 글로벌 조선 시장의 변동성 위험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한화의 에너지 설비 분야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도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한화임팩트 산하의 가스터빈 개조 회사인 PSM의 기술과 HSD엔진의 엔진 제조 역량을 결합해 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어 산업용 공기·가스 압축 기술력을 보유한 한화파워시스템에 HSD엔진의 발전기 생산력을 더해 발전설비 분야에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HSD엔진에 대한 증권가 전망도 밝다. 올해 조선업황이 양호해 수주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흑자로 추정되는 HSD엔진이 올해도 연간 흑자의 시동을 걸 것”이라며 “선가 상승분만큼 따라가는 판가 상승, 대형선 위주의 수주를 통한 제품당 매출 규모 증가 등에 따라 올해 마진이 늘어날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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