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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석유화학 실적 가른 이것은

  • 2023.02.23(목) 16:19

업스트림 업체, 지난해 고유가 '직격탄' 맞아
COTC공법 도입되면 다운스트림 강세 전망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4분기 석유화학 업체 빅4(LG화학·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는 공정 차이에 따라 실적 희비가 갈렸다. 고유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업스트림 업체들은 피해가 컸지만,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솔루션 등 다운스트림 업체들은 원재료를 외부에서 조달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석유화학 공정은 크게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으로 나뉜다. 업스트림은 원유를 가공해 얻은 나프타(Naphtha, 납사)를 통해 에틸렌 등 기초 석유화학 재료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다운스트림은 업스트림으로부터 원재료를 조달해 합성고무나 합성수지를 제작하는 과정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새로운 원유 정제 설비가 도입되면서 다운스트림 중심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직격탄' 업스트림, 선방한 다운스트림 

작년 석유화학 업체들은 전체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업스트림 비중이 높을수록 타격이 더 크게 나타났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유가 흐름이 지속된 점이 치명적이었다.

업스트림 업체들은 직접 납사를 구입해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해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때문에 원유 가격 변동이 수익성과 직결된다. 일반적으로 업스트림 공정은 유가가 하락할 때 수익성이 높아지고, 유가가 오를 때 수익성이 낮아진다.

석유화학 4사 4분기 영업이익 / 그래픽=비즈워치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직접 NCC를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가 실적 하락 폭이 컸던 점도 NCC의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지난해 4분기 LG화학 석유화학 사업 부문은 2006년 2분기 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65분기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4분기 평균 에틸렌 스프레드는 171달러로,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밑돌았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대표적인 석유화학 업계 수익성 지표로, 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가격을 말한다. 

이에 비해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솔루션은 NCC로부터 원재료를 매입해 합성고무나 합성원료를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중심이다. 다운스트림은 납사를 직접 조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유가의 영향력이 작다. 덕분에 비교적 실적 하락폭을 줄일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체별로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실적 차이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지난해 4분기는 직접 NCC를 가동하는 업체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들은 스프레드 하락 영향을 다운스트림 업체들보다 크게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운스트림 수혜 계속될까

업계에서는 앞으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간 실적 차이가 벌어지는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사들이 원유에서 정제 설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COTC(Crude Oil To Chemical) 공법을 적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COTC 기술을 적용하면 납사 생산율을 평균 8%에서 40% 이상까지 높일 수 있다. 납사 공급량이 늘어나면 이를 가공하는 NCC의 증설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NCC가 증설되면 NCC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공급량도 많아지기 때문에 가격은 낮아진다. NCC에서 원재료를 매입하는 다운스트림 업체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탈탄소 정책에 따라 정제설비 신설이 제한되고 있지만 사우디에서 원유에서 정제설비를 거치지 않고 석유화학 제품을 바로 생산하는 COTC공법을 개발했고 전 세계에 적용할 계획이다"라면서 "향후 COTC 기반의 NCC증설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NCC로부터 원료를 조달하는 업체들이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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