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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만들던 가성소다, 배터리사업서 주목받는 이유

  • 2023.06.28(수) 06:40

전구체공장 증설로 가성소다 수요 확대
한화솔루션·LG화학 등 생산설비 확충 중

/그래픽=비즈워치

세제 원료로 쓰였던 가성소다가 최근 배터리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배터리 소재 시장 성장으로 전구체 생산이 증가하면서 핵심 재료인 가성소다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으로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전구체 생산 내재화에 나서면서 가성소다 수요가 성장할 전망이다. 

LG화학, 한화솔루션 등 국내 가성소다 생산 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리고 실적 반등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배터리와 함께 급성장한 가성소다

가성소다는 수산화나트륨(Sodium Hydroxide)로도 불리는데, 소금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화학소재를 말한다. 가성소다는 강한 염기성을 띄고 있어 단백질이나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산업용으로는 섬유나 반도체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가성소다 / 사진=롯데정밀화학

최근 가성소다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배터리 덕분이다. 가성소다는 양극재 핵심소재인 전구체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된다. 또 전기차 핵심 광물인 알루미늄을 원석에서 추출할 때도 활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전구체 1톤(t) 제조 시 약 0.9t의 가성소다가 투입된다.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 1GWh(기가와트시)당 약 430t 정도의 가성소다가 필요하다.

가성소다는 외부 환경에 민감해 운송에 제약이 많다. 이 탓에 국내에 전구체 생산 설비를 가진 업체 입장에선 가성소다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다. 올해부터 시행된 IRA 영향으로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엘앤애프 등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전구체 내재화에 나섰다는 점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에게 호조 요인이다. IRA에 따르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만 배터리 소재를 생산해야 배터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12년 미국과 FTA를 체결했다.

LG화학은 울산 온산산업단지에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함께 내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2만t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경북 포항엔 전구체 공장을 가동 중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비롯해 포스코퓨처엠이 2026년 전구체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전라북도 군산에 위치한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모습 / 사진=LG화학

특히 전라북도 새만금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전구체 공장 건설이 활발하다.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해당 공장이 완공되면 LG화학의 전구체 양산 능력은 오는 2028년 연산 12만t에 이를 전망이다. SK온과 에코프로도 이곳에 10만t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2028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LS와 엘앤에프도 2029년까지 새만금에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연간 12만t의 전구체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외 업체들의 국내 전구체 합산 생산능력이 지난해 7만5000t에서 2028년 65만2000t로 급증할 것"이라며 "국내 양극재 전구체에 들어가는 가성소다 사용량은 작년 기준 5만4000t으로 국내 전체 수요의 3%에 불과했지만,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전구체 내재화 및 생산 능력 확대로 오는 2028년 20%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성장성이 큰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도 가성소다 수요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현재 가성소다 사업은 석유를 가공하는 전통 석유화학 분야에 비해 비중이 적지만, 최근 가성소다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수익성이 높아졌다"면서 "앞으로 국내에 전구체 공장이 들어서면 가성소다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성소다 사업 수익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가성소다 사업 키우는 석유화학

가성소다 수요 증가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한화솔루션이다. 이 회사는 현재 연산 84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 중 가장 많은 생산량이다.

/그래픽=비즈워치

한화솔루션은 가성소다 사업에 힘을 더 싣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12월 3380억원을 투자해 여수공장 내 4만2900㎡(제곱미터) 부지에 가성소다 생산설비를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25년 27만t의 증설을 모두 마치면 연간 가성소다 생산량은 111만t으로 늘어난다. 한화솔루션에 따르면 증설 이후 연간 3000억원 정도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도 생산력 확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여수공장에서 가성소다 73만t을 생산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과 OCI도 각각 35만t, 11만t의 가성소다를 생산하고 있다. OCI는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말레이시아에 연산 10만t 규모 가성소다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가성소다 관련 사업은 배터리 등 첨단사업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해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면서 "가성소다는 앞으로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가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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