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학제품 수요처인 중국의 경제 회복이 더디면서 석유화학업계가 울상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경제성장률 목표도 기대치를 밑돈 데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아직 미미하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장 대신 안정 선택한 중국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5% 성장률은 중국이 향후 적극적인 대규모 경기부양책 대신 내부 안정화를 우선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됐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이 발표한 성장률은 시진핑 3기 지도부 출범 이후 처음 제시한 성장률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기대했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중국은 석유화학제품 최대 수요처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출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 정도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올해를 '경제 회복 원년'으로 삼고, 코로나 봉쇄 정책을 해제해 내수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업황 부진에 빠진 석유화학 업체들 입장에선 중국이 경제성장 정책을 통해 수요를 늘린다면 회복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양회에서 발표한 경제성장률이 당초 리오프닝으로 높아졌던 기대치보다 낮은 건 사실"이라며 "세부 정책들을 봐야겠지만 거시 지표인 경제성장률이 기대보다 낮게 책정되다 보니, 전체적인 경제부양책이나 수요 회복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오프닝 효과도 아직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증가 효과도 아직까진 미미하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Producer Price Index)와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중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전환을 선언하고, 경제부양책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소비 회복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얘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2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했다. 이는 1.3% 하락을 예상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것으로, 1월(-0.8%)보다 하락 폭이 커졌다. 석유화학 업계와 관련된 품목인 화학원료 및 화학제품 제조업(-6%), 고무 및 플라스틱(-2.6%)의 PPI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PPI란 주요 공산품 도매가격을 집계하는 지표다. 중국의 PPI가 하락했다는 것은 수요가 위축돼 전방 재고가 쌓여 있다는 의미다.
CPI는 전년 동기 대비 1.0% 올랐지만 상승폭은 지난 1월(2.1%)보다 1.1%p(포인트) 줄었다. 상승폭이 감소한 것은 예상보다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는 의미다. 중국 내 높은 실업률과 부동산 가격 인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당초 석유화학 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의 수요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중국 내수 시장 활성화가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도 기대치를 낮추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중간재다 보니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실제 업체들이 체감할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면서 "중국의 시장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면서 향후 부가적인 부양책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