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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오르자 플랜B 속도내는 LG화학·롯데케미칼

  • 2023.04.20(목) 08:00

OPEC+ 감산 발표 이후 국제유가 오름세
나프타 사업비중 줄이고 신사업 열중모드

/그래픽=비즈워치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또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OPEC+(오펙플러스)가 원유 감산을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에서 얻는 나프타(Naphtha·납사) 가격도 오른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 중 직접 나프타를 가공하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원자재값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따라 이들 기업의 사업다각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솔루션은 비교적 부담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감산 발표에 유가급등 탓

지난 2일 OPEC+는 5월부터 12월까지 원유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OPEC+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다. OPEC+ 측에서 발표한 감산량은 하루 116만배럴 규모다. 

OPEC+의 감산 결정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석유공사(오피넷)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월18일 기준 배럴당 80.86달러 였다. WTI 가격은 지난 3월 중순 66.74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약 한 달 만에 14달러 가량 올랐다.

에틸렌 스프레드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국제유가가 오르자 원유를 정제해 얻는 나프타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나프타를 가공해 만든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을 원재료로 사용한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어 원유 가격과 나프타 가격은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달 17일 t(톤)당 631달러까지 떨어졌지만, OPEC+가 감산을 결정한 이달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t당 692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탓에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수치)도 떨어지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3월 손익분기점인 300달러에 근접했지만, 4월 들어 218달러까지 떨어졌다. 에틸렌 가격은 9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나프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면서 에틸렌 스프레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 나프타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석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다각화 속도 더 빨라진다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적 반등을 기대했던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도 낙담하는 분위기다. 특히 나프타를 구매해 직접 가공하는 NCC를 직접 운영 중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타격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솔루션은 상대적으로 원유 가격이나 나프타 가격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두 회사는 직접 NCC를 운영하지 않고 외부에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조달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프타 가격이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봐도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각각 1660억원과 39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이익 1139억원, 한화솔루션은 영업손실 321억원을 기록하며 비교적 피해를 줄였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 리오프닝 영향도 미미한데다 최근 원유 감산으로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도 늘어난 상태"라며 "석유화학 업황은 여러 요인이 얽혀있는 탓에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올해까지는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길어지자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성장성이 높은 배터리 소재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분기부터 동박 사업을 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 실적을 반영한다. 동박은 2차전지의 음극집전체로 전기화학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를 모으거나, 전기화학반응에 필요한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2분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2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롯데케미칼에 더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동박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 생산능력은 국내 2만t, 말레이시아 4만t 규모다. 여기에 현재 건설 중인 말레이시아 5공장과 6공장을 통해 2028년 총 동박 생산량을 8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7일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핵심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 자료=LG

LG화학도 배터리 소재 사업에 적극적이다. 지난 17일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방문해 배터리 소재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양극재는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기반이자 또 다른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도적 경쟁 우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화학과 중국 화유코발트는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LG화학은 2026년까지 연 5만톤 양산 능력을 확보하고, 추가 투자를 통해 2028년까지 연 10만톤 규모의 전구체를 이곳에서 생산한다. 75kWh(킬로와트시) 배터리 기준 전기차 100만대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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