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중장기 매출 목표치를 높였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며 배터리 소재 사업의 성장성이 높아지자 전지 소재 회사로의 변화에 가속을 붙인 것이다. LG화학이 내세운 목표는 '글로벌 톱 종합 전지 소재 회사'다.
2030년 70조원 매출 목표
16일 신학철 부회장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코리아 &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컨퍼런스' 기조 연설에서 2030년 3대 신성장동력 매출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LG화학은 지난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분사 후 배터리 사업을 제외한 자체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톱 글로벌 과학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6년까지 40조원, 203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지난해 2월 내세운 목표였다.
이를 위해 전지 소재·친환경 소재·혁신 신약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설정했다. 3대 신성장동력 사업의 매출은 2026년 12조원, 2030년 30조원으로 설정했다. 세부적으로는 2030년 전지 소재 사업이 21조원, 친환경 사업 8조원, 혁신 신약 1조원이었다.
하지만 LG화학은 약 1년 만에 3대 신성장동력 사업의 매출 목표치를 높여 잡았다. 전지 소재 매출 목표는 2030년 21조원에서 30조원이 됐다. 작년 4조7000억원 대비 6배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3대 신성장동력 사업 목표 매출은 2026년 45조원, 2030년 70조원이다.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2026년 40%를 넘어 2030년 57%까지 높아졌다.
이날 신 부회장은 "LG화학은 유례없는 팬데믹과 지경학적 갈등 속에서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면서도 글로벌 메가 트렌드와 지속가능(Sustainability) 전략에 기반한 신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육성해 왔다"며 "LG화학의 중심축이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이라는 3대 신성장동력 비즈니스로 이동하는 근본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톱 종합 전지소재 회사'로 발돋움
각 사업별로 보면 전지 소재 사업은 연평균 26%의 확고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글로벌 톱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양극재 외에도 분리막, 탄소나노튜브(CNT) 등 부가소재 사업을 육성하고, 퓨어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등 신소재 R&D(연구개발)를 적극 추진한다.
특히,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하이니켈 양극재는 시장·기술·메탈 소싱 3개 영역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 시장을 지속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리더십 강화를 위해 한·중·미·유럽으로 이어지는 양극재 글로벌 4각 생산 체계를 갖춘다. 올해 12만톤의 규모의 생산 능력을 2028년 47만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외 신규 글로벌 고객사 비중도 확대해 40% 수준까지 끌어 올릴 예정이다.
또 고전압 미드니켈(Mid-Ni), 리튬인산철(LFP), 망간리치(Mn-Rich) 등 다양한 중저가 양극재 제품군으로 사업 확장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고객사의 니즈를 반영하고, 성장하는 전기차 대중 소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분리막은 도레이(Toray)와 협업을 통해 입지를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안에서 분리막이 ‘배터리 부품’으로 포함된 만큼 사업 기회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재활용, 생분해·바이오, 재생에너지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 전환도 가속화한다. 친환경 소재 중심의 지속가능(Sustainability) 사업을 강화해 저탄소 관련 매출을 1조9000억원에서 2030년 8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LG화학은 2028년 1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공략을 위해 기계적·화학적 재활용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생분해·바이오 소재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고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분해되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확산되고 고객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내년 1분기에 자연에서 산소, 열 반응으로 빠르게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를 양산할 계획이다. 옥수수 유래 생분해 소재인 PLA(Poly Lactic Acid) 시장 공략을 위해 글로벌 4대 곡물 가공기업인 미국 ADM과 협력 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제약 사업에서는 FDA 승인 신약 5개를 보유한 매출 2조 규모의 글로벌 혁신 제약사로 도약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항암·대사질환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 후속 신약을 지속 상용화할 계획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항암 시장인 미국에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FDA 승인 신약 ‘포티브다(FOTIVDA)’를 보유한 미국 아베오(AVEO)사를 인수하고, 항암신약 개발 가속화 및 유망 신약물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지난 4년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혁신, DX(디지털 전환) 기반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구축, 글로벌 4대 권역에 현지 역량 확보 등 경영 체제 전반의 혁신을 거듭해 왔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완성하고, 전지 소재·친환경 소재·혁신 신약이라는 3대 핵심사업을 보유한 글로벌 과학기업으로 대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