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비주력인 설계사업을 자회사로 떼어낸다. 기존까지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와 팹리스(설계사업)를 병행했다면, 팹리스를 분사해 '순수 파운드리기업'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
팹리스·파운드리 분리해 역량 집중
7일 DB하이텍은 이사회를 열고 정관 변경, 사내외이사 후보 추천, 브랜드사업부 분사 등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부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의 중심 안건은 반도체 설계사업을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 분사다.
DB하이텍은 "최근 IT시장 침체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비주력인 설계사업을 병행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고객들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 파운드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실적 개선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되는 신설법인의 사명은 'DB 팹리스'다. 분할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이 안건은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분사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30일부터 20일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신설법인 'DB 팹리스'는 파운드리 사업 중심의 DB하이텍에서 분사함으로써 첨단 디스플레이 설계전문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그간 DB하이텍 브랜드사업부는 범용제품인 LCD(액정표시장치) 중심의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기술적 한계가 크지 않은 제품만 생산해왔다. 고부가가치 상품을 설계할 경우 기존 파운드리 고객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로 생산을 맡기지 않을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분사를 계기로 DB팹리스는 사업영역을 부가가치가 높은 OLED 구동칩으로 확장하고, 미니 LED TV 구동칩 등 고성능 반도체시장 진출도 노릴 수 있게 됐다.
분할 목적은 "사업 전문성 강화"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시도는 작년에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작년 9월 정부의 일반주주보호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분사작업 검토를 중단했다.
올해 물적분할을 재추진한 것은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갖춰졌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게 사측 설명이다. 작년 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공포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회사 측은 분할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사업 전문성 강화'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핵심사업 물적분할 후 곧바로 상장해 일반주주들의 권익 훼손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례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DB하이텍은 이번 분사 추진을 계기로 주주친화 정책도 적극 펼칠 계획이다. 우선 분할되는 신설법인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다.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반드시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날은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추진키로 의결했다.
조기석 DB하이텍 사장은 "글로벌 파운드리의 전략방향에 맞춰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분리해 각각의 전문성을 한층 높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