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전임상 단계에서 총 2조3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두 건을 체결했다. 향후 5년 내 5건의 추가 기술수출을 완료하겠다"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13일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의 목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2017년 설립한 차세대 면역치료제 연구개발 기업이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리즈A 라운드에서부터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단계까지 약 25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기업으로 유명하다. 특히 바이오텍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지난 2021년 프리IPO 단계에서만 총 1603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는 현재 박사급 19명, 석사급 33명 등 총 63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 중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핵심 기술은 자체 개발한 'GI-SMART' 플랫폼이다. 이중 융합 단백질을 발굴하고 생산하는 기술이다. 융합 단백질은 두 개 이상의 단백질 유전자를 연결해 시너지를 극대화한 재조합 단백질이다. GI-SMART 플랫폼을 이용하면 이중 융합 단백질의 생산 비용과 기간을 보통 임상시험수탁(CRO)보다 50%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이용해 △면역항암제 'GI-101'과 △알레르기 치료제 'GI-301' 등을 개발 중이다. GI-101은 복합적인 면역활성 효과를 내는 혁신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이다. 면역 체계의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면역관문 단백질(CTLA-4)의 작용은 막고, 암세포를 공격·파괴하는 면역세포(T세포 및 NK세포)는 활성화해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내는 점이 특징이다. 단독요법뿐만 아니라 머크(MSD)나 아스트라제네카(AZ)의 면역항암제와 병용요법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GI-101은 임상1상과 2상에서 단독 요법만으로도 빠르고 강력한 항암활성 효과를 입증했다"면서 "GI-101·키트루다 병용요법에서도 키트루다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함앙활성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 특정 단백질(PD-1)의 분비를 억제해 몸속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암을 치료하는 면역 항암제로, 지난해 연 매출 약 73조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키트루다에 내성이 생겨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GI-101·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통해 면역항암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GI-101은 국내 임상1/2상을 진행 중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임상에 돌입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미국 캐롤라이나 바이오온콜로지에서 첫 환자 투약을 개시했고 이달 마운트사이나이 병원에서 임상을 개시할 예정"이라며 "희귀의약품 트랙을 통해 2027년 가속심사 승인을 받는 게 목표"라고 했다. GI-101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GI-301은 지속형 단백질 기반 알레르기 치료제로, 기존 알레르기 치료제보다 효능과 안전성을 높인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알레르기 치료제는 제넨텍과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가 있는데, 이는 일부 환자군에만 반응하거나 부작용(아나필락시스)이 나타나는 등의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졸레어는 아나필락시스 위험 때문에 6세 미만에게 사용할 수 없지만 GI-301은 전임상 단계에서 높은 안전성을 확인했다"면서 "졸레어보다 약 70배 높은 '면역글로불린E(lgE)' 결합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lgE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로, 결합력이 높을수록 알레르기 반응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회사는 현재 유한양행과 GI-301을 졸레어와 비교하는 국내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그는 "임상1상은 건강한 환자로부터 안전성을 확인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비교 임상을 진행하지 않는다"면서도 "GI-301은 전임상에서 워낙 확실한 효능을 확인했기 때문에 임상1상 단계에서부터 졸레어와 비교하는 디자인을 짰다"고 했다.
GI-301의 국내 임상1상 데이터를 확보한 뒤에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직접 일본 임상2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일본은 알레르기 시장 규모가 커서 회사가 단독으로 판권을 갖고 개발할 것"이라며 "현재 GI-301 데이터를 보고 여러 일본 회사가 관심을 보이고 보여 왔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3곳의 일본 기업과 GI-301의 기술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고, 올해 안으로 일본 기업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대표는 향후 5년 동안 5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그는 "GI-101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공정개발 및 생산을 맡고 있어 기술수출에 도움이 된다"며 "유한양행에 기술수출한 GI-301의 경우 제3자 기술수출 시 50대 50으로 수익을 분배하기로 계약돼 있어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입성에 도전한다. 기술특례상장은 코스닥 상장 요건 중 재무 항목을 면제받는 대신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를 받아 상장하도록 돕는 제도다. 당초 회사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예상 기업의 기술평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유니콘특례 방식으로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바이오 투심 악화 등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을 고려해 상장 트랙을 변경했다. 회사는 기술성장특례 요건을 위한 기술평가에서 기술보증기금과 SCI평가정보으로부터 각각 A등급과 BBB등급을 받았다.
희망 공모가격은 1만6000~2만1000원이다. 총 공모주식 수는 200만주로 100% 신주 모집이다. 희망 공모가격 기준으로 상장 이후 예상 시가총액은 3521억~4621억원이다. 회사는 이번 공모를 통해 320억~420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조달한 자금은 GI-101을 포함한 주요 후보물질의 임상 등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오는 15일과 1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후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일반 공모청약을 거쳐 30일 상장하는 게 목표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프리IPO 당시에 인정받은 7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모가는 매우 저렴한 수준"이라며 공모주 흥행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미 1136억원의 자금을 보유했고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한층 공격적인 글로벌 임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어 "상장 후 지속적으로 신약 연구 개발을 지속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