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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처럼 척척…'융합단백질' 약물 떠오르는 이유

  • 2024.07.04(목) 06:00

단일 약물보다 약효 강하고 지속기간 길어
에이프릴바이오·지아이이노베이션 국내선두

융합단백질(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잇단 기술이전 성과를 내고 있다. 융합단백질 치료제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이상의 단백질을 결합해 일반 단백질 치료제보다 강한 약효와 긴 약물 지속시간, 낮은 부작용 등의 효과를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최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PB-R3'을 미국계 제약사인 에보뮨에 4억7500억달러(6500억원)에 기술이전했다. 지난 2021년 덴마크계 제약사인 룬드벡에 자가면역 치료후보물질인 'APB-A1'을 4억4800만달러(6200억원)에 기술수출한 이후 받은 두 번째 낭보다.

APB-R3은 혈액 안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알보민에 결합하면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IL(인터류킨)-18의 작용을 억제하는 원리로 특발성관절염 등의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한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물질인 'GI-301'의 일본지역 개발 및 판매권리를 현지 제약사인 마루호에 약 2980억원에 기술이전했다. GI-301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면역글로불린과 자가항체 두 곳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작용을 막아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앞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2020년 유한양행에 GI-301의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개발 및 판권을 1조3000억원에 기술수출한 바 있다.

이처럼 바이오기업의 융합단백질 치료제가 국내외 제약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일반 단백질치료제보다 약효가 강하고 긴 데다 부작용이 적은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융합단백질 치료제를 제조하는 과정은 마치 레고 장남감 블록을 조립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항체는 크게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원결합부위(Fab)와 몸통인 결정화가능부위(Fc),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힌지로 구성돼 있다. 융합단백질 치료제는 특정 질병 치료에 효과적인 각각의 부분들을 기업이 보유한 라이브러리에서 꺼내와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만든다.

에이프릴바이오 연구원이 유럽에서 열린 학회에서 APB-R3의 전임상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에이프릴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는 몸통(Fc) 부위를 제외하고 알부민에 결합하는 항원결합부위에 치료효과를 내는 약물을 붙이는 독자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로 만든 치료제는 체내 반감기가 약 20일에 달하는 알부민과 만나 약물의 지속효과를 늘릴 수 있다. 또 우리 몸의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Fc 부위가 없어 관련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와 달리 항체의 몸통 양 끝에 힌지와 링커(인공 아미노산 서열)를 붙인 다음, 이곳에 특정 질병에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 두 개를 접합한 이중융합단백질 치료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10개의 항체몸통과 이곳에 치료약물을 붙이는 데 필요한 각각 41개, 59개의 힌지 및 링커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을 조합하면 이중융합단백질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총 2만4910개의 뼈대를 세울 수 있다.

융합단백질 기술의 가장 큰 강점은 이같은 확장성에 있다. 각각의 항체 부위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융합단백질 치료제는 이중항체나 삼중항체, 때로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같은 기능을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울름대학교 교수진은 국제학술지인 생화학저널에 발작성야간혈색뇨를 치료하기 위해 3가지 단백질을 결합한 삼중융합단백질의 효능을 나타낸 결과를 게재했다. 이 연구는 이중융합단백질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일본계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융합단백질은 개발하기 쉬워 보이지만 치료 타깃이 정해지면 구조의 안정성이라던가 상업화 생산성 등 기술 내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융합단백질의 범위가 넓다 보니 회사마다 초점을 두고 있는 분야도 다른 특징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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