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8년간 연구개발비로만 3조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삼성으로부터 방산 업체를 인수한 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비를 늘린 결과다. 그 덕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역대 최대 무기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만들어 낸 결실이라는 평가다.
매년 연구개발비 늘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는 1655억원이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증액 규모도 크게 늘었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분기 기준 연간 100억원 안팎으로 연구개발비를 늘려왔던 반면 이번에는 4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연간 총연구개발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 차례를 제외하고 지난 8년간 연구개발비를 증액해왔다. 2015년 2017억원이었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5867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누적 연구개발비는 3조2674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대 들어 연구개발비가 급격하게 늘어난것은 방산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매년 늘어난 연구개발비만큼 성과도 쌓여가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출원중이거나 등록을 마친 특허는 1437건이다.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 한화시스템 등까지 합치면 5826건이다. 사격 정확도를 높이거나 이동형 로봇, 비행체 위치추정 시스템 등 종류도 다양하다. 향후 무인 무기체계 관련 연구성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수출의 주역인 K9 자주포 생산라인을 연내 추가 구축한다. K9 자주포는 창원 사업장에서 만들어진다. 지난해 6월 253억원을 들여 창원2사업장 설비투자를 실시, 연내 창원3사업장 증설에도 착수한다.
투자로 기술 강화하고 가격 경쟁력 높이고
이처럼 투자를 확대해온 건 K-방산 위상 차원에서도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이 수출한 무기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까지 1%에 그쳤다. 하지만 2021년 2.8%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무기 수출액은 177% 증가했다. 세계 상위 25개국 중 가장 빠른 증가세다.
이는 기술 강화 차원의 투자는 물론, 공급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높인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한국 자주포는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69%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각국의 안보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호재다. 최근 무기 구매를 위해 유럽,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산업체에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주포, 장갑차, 발사대, 대공무기 등을 수출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방산 분야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른 폴란드와 8조원 규모의 무기 계약을 체결하면서 또 한 번의 최대 실적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1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수출 실적이 내수를 넘어서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조만간 루마니아에 K9 자주포를 수출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무기 수출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전망한 올해 연간 매출은 8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5500억원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신규수주 증가로 향후 매출 성장이 가속화할뿐만 아니라 수익 개선도 수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