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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요청한 '5→10%', 반도체산업 위한 한국정부 최선일까

  • 2023.05.24(수) 16:32

'반도체법 가드레일' 놓고 韓정부, 美상무부에 입장전달
"美보조금 받아도 中생산확장 10%로 늘려달라"…실효성은?

/그래픽=비즈워치

한국 정부가 미국 상무부에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안에 대해 완화해달라는 뜻을 공식 전달했다.

‘미국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5%에서 10%로 늘려달라’는 것이 핵심인데, 5%에서 10%로 늘려달라는 요청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미·중 패권전쟁에 끼여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반도체 업황 타개를 위해 한국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내 생산량 2배로 늘려야”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세부규정안./그래픽=비즈워치

한국 정부는 지난 22일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안에 대해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이는 상무부가 지난 3월 공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규정에 대해, 이날까지 의견 접수를 받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상무부는 관련 내용을 검토해 연내 확정된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가 요청한 내용 가운데 가장 눈길 가는 대목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5%에서 10%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앞서 미국이 발표한 가드레일 조항 규정에 따르면, 첨단 반도체의 경우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량을 5% 이상 증산할 수 없다. 어길 시 보조금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 미국 중국 생산시설 현황./그래픽=비즈워치

아울러 한국 정부는 ‘28나노미터 로직 반도체’와 ‘18나노 D램 반도체’ 이상을 첨단 반도체로 규정한 정의도 재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초 규정안 대로라면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의 40%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의 40%를 중국 우시 공장에서 담당하고 있다. 가드레일 조항에 의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게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5%에서 10%로 늘려달라는 정부 제안을 수치로 따져봤을 때 기업 경영상 실질적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고 기업 불확실성에 영향을 주는 제한이 여전하다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다만 정부가 기업 수익성 방어를 위해 규제를 전반적으로 완화해달라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개선의 여지가 있어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물밑 협상서 정부역할론 중요

반도체 수출 증감률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이번에 미국 상무부에 접수된 27개 의견서 가운데 기업이나 협회가 아닌 정부가 입장을 낸 것은 한국이 유일했다. 최근 반도체 업황 악화와 대중 수출 감소 등 악재가 겹친 탓에 고꾸라진 무역수지를 심각히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26억1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수출 감소를 주도했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63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41%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올해 1월 -44.5%, 2월 -42.5%에서 3월 –34.5%로 다소 반등했으나 지난달 다시 –40%대로 추락했다.

지역별로는 중국 수출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26.5% 쪼그라든 95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미 정부간 긴밀하고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출의 근간인 반도체 업황을 살리기 위해선 미국을 설득해 장기적·점진적으로 중국 내 사업에 힘을 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반도체 수출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중국을 당장 외면하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것이 반도체이고, 반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하는 곳이 중국”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역할이며 미국 정부를 적극 설득해 양보를 조금 더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도 ‘엄격한 가드레일 조항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SIA는 상무부가 정부 지원금을 조건으로 일부 기업에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법안의 취지에 맞지 않고 반도체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상무부에 제출했다고 23일(현지시각)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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