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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미국선 '바이오항공유' 뜨는데 한국선 법적기반 없다?

  • 2023.06.01(목) 15:14

유럽·미국, 이미 바이오항공유 드라이브
韓 정유업계도 바이오에너지 사업 활발
법·제도적 근거 부족해 사업활성화 한계

/그래픽=비즈워치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에 바이오연료 바람이 불고 있다.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오던 정유사들이 중장기적으로 체질개선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미래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탈탄소 시대에 대응하려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도 이어지고 있어 시장 선점을 위한 초석 마련에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특히 바이오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 시장의 성장성이 이목을 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항공기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오는 2025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고, 미국은 올해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SAF를 포함해 세제 및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바이오항공유 도입·활성화가 시급하다는 것에 업계와 뜻을 함께하고 연내 실증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바이오연료란 무엇일까

바이오연료 개념./그래픽=비즈워치

최근 탄소감축 수단으로서 친환경 연료의 역할이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점차 강화되는 국제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연료의 조속한 상용화가 대두되는 모습이다.

바이오연료는 식물·동물·미생물 등 유기생명체에서 직·간접적으로 생산된다. 기존 내연기관의 구조변경 없이 석유제품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탈탄소및 ESG경영이 화두인 시대에 정유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이유다.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원료는 크게 1~3세대로 구분된다. 3세대로 갈수록 탄소저감 효과가 크지만 현재 기준 원료 확보가 어렵거나 관련 기술이 기초단계 수준에 머문다.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가 관건이다. 

주요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친환경 바이오연료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기술개발 및 생산시설 구축 등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연료생산자와 원료공급자에게 재정지원을, EU는 연구기금 등을 통해 차세대 연료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핀란드 국영 정유사 네스테 오일은 바이오에너지 부문에서만 연간 영업이익의 80%에 가까운 2조원 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다.

바이오항공유 수요 전망./그래픽=비즈워치

바이오항공유 도입 의무화된다

바이오연료 시장 규모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은 전 세계 바이오연료 시장이 2020년 215만b/d(일당 배럴)에서 2050년 459만b/d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한다. 그중에서도 항공부문의 바이오연료 의존도는 △2020년 0% △2030년 17.1% △2050년 77.1%로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전 세계 바이오항공유(SAF) 수요량이 2025년 80억톤에서 2050년 4490억톤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가량 줄인 바이오연료다. 지난 2019년 소모된 일반 항공유가 3500억톤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50년 이전 대부분의 항공유가 SAF로 대체되는 셈이다.

유럽연합 바이오항공유 의무화 비율 /그래픽=비즈워치

EU와 미국의 정책 동향이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최근 EU는 2025년부터 EU 27개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급유할 때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섞어야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의무 비율은 △2025년 2%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 등으로 높아진다.

미국도 IRA에 SAF를 포함해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미국에서 사용·판매되는 SAF에 갤런당 최대 1.75달러의 세액 공제가 적용된다.

바이오항공유 관련 미국 IRA 세제 혜택 /그래픽=비즈워치

정책·제도·공급망 위한 정부지원 필요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수출액 가운데 항공유 비중은 약 18%로 작지 않은 규모다. 때문에 향후 SAF를 둘러싼 사업 경쟁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HD현대오일뱅크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지난 2021년 6월 대한항공과 ‘SAF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고 SAF 개발에 착수한 HD현대오일뱅크는 연내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1만제곱미터(㎡) 부지에 연산 13만톤 규모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후 오는 2024년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해 SAF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울산콤플렉스에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한편 미국 펄크럼을 통해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전개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펄크럼에 260억원을 투자한 후 생활 폐기물을 활용한 합성 원유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도 SAF 사업화와 보급을 위한 전략 차원서 2022년 10월 미국 SAF 전문기업인 인피니움에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에 바이오 디젤 공장을 설립 중이다. 양사는 현지 디젤 공장을 중심으로 SAF 등 바이오연료 사업에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도 지난 2021년 9월 삼성물산과 친환경 수소 및 바이오 연료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바이오디젤과 SAF 사업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해외 인프라를 활용한 원료 공급망 구축과 생산 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급망과 제도가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석유사업법’은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바이오가스·바이오에탄올 등 4개 종류만 규정하고 있다. 바이오항공유와 바이오선박유 등 상용화 기반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국내 SAF 생산이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향후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한 정책적 지원, 기술개발 및 안정적 원료공급망에 기인한 기술경쟁력 확보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SAF 실증작업을 놓고 정부 각 분과와 여러 기업들이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SAF 도입이 시급하다는 점에 대해 업계와 뜻을 함께 하고 있기에 연내 실증작업을 시작해 2026년 내 SAF를 도입할 것이며 점진적으로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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