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과 조종사 노조가 임금 교섭에 잠정 합의했다. 이번 합의안 도출로 조종사 노조는 그간 진행해 온 준법투쟁을 즉각 중단하고 오는 24일 예정된 파업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사측은 파업 진행 시 우려한 항공 대란 사태를 막았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 노사가 잠정 합의한 임금 협상안은 2019~2022년 분으로 올해 임금 인상에 대한 협상은 아직 시작조차 못한 상태다. 노조는 이번 잠정 합의안에 사측 요구가 대폭 반영된 만큼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강도 높은 요구를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9~2021년 동결, 2022년 기본급 2.5% 인상
아시아나항공과 조종사 노조는 지난 18일 본사에서 진행된 26차 임금 교섭에서 △기본급 2.5% △비행수당 2.5% 인상에 잠정 합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잠정 합의안에는 안전장려금 50% 지급, 부가적 복지 혜택 확대 등도 함께 담겼다. 약 2주일 동안 설명회와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합의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관계자는 "안전장려금 인상은 성과급 개념으로 기본급의 50%를 받기로 했다"며 "복지 혜택 확대는 비행시간 할증료, 이·착륙 수당 인상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그간 임금 인상을 두고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왔다. 노조 측은 2019~2021년치 임금 인상을 동결하는 대신 2022년 임금에 대해 기본급 10% 인상안을 요구해왔다. 반면 사측은 경영 악화를 근거로 2.5% 인상을 고수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1분기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014%에 달한다.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조종사 노조는 지난 6월 초부터 준법 투쟁에 나섰다. 이 여파로 그간 10여 편의 국내선이 결항됐고 지난 16일 인천-베트남 호찌민 왕복 항공편이 결항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측은 오는 24일 총파업까지 진행되면 항공 대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번 임금 교섭안에 노사 양측이 합의를 이루면서 조종사 노조는 이날 준법 투쟁을 즉각 중단하고 오는 24일 파업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항공대란을 막았다며 안도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 도출로 조종사 노조가 이날부터 준법 투쟁을 즉각 중단한다"며 "파업 시 우려됐던 휴가철 항공대란을 막을 수 있게 돼 한숨 돌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임금교섭안이 잠정 합의된 것에 대해 "극성수기 여름철에 결항으로 불편함을 겪을 고객들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여전히 남은 '불씨'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아직 2023년 임금 교섭은 시작도 하지 못해서다. 이번에 노사가 잠정합의를 이룬 것은 2019~2022년 임금 교섭이다. 지난해 2.5% 임금 인상안을 수용한 일반직 노조도 임금교섭이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2년마다 진행되는 단체 협약도 내년 진행될 예정이다.
조종사 노조측은 2023년 임금협상에서는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번 잠정 합의를 이룬 임금교섭은 사측의 요구가 대폭 반영됐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코로나 기간 이후 진행된 임금 교섭에서 임금인상률이 한자릿수에 머문 곳은 사실상 아시나항공이 유일하다.
노조 관계자는 "기본급 2.5% 인상 등 이번 임금 교섭은 사측의 요구가 99%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올해 임금 협상은 더 강도 높게 나서자는 내부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임금교섭이 최종 마무리되면 2023년 임금교섭에 본격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2019~2022년 임금협상안이 최종 마무리되면 2023년 임금 교섭에 조만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