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저공 비행이 지속되고 있다.
올 상반기 2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자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다. 국내 항공사 대부분이 올 상반기중 수백억에서 수천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이자비용 증가 원인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지연과 연관있다는 견해다.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지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에 수혈돼야 할 자금 지원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다.
2000억원 벌어서 이자 2000억원 냈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매출은 3조254억원(이하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18.3%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14억원으로 48.1% 감소했다. 작년 상반기까지 지속했던 화물업 특수 효과가 끝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그래도 2014억원 이익은 적은 규모가 아니다.
문제는 올 상반기 2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수중에 남은 돈이 없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60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손실)은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금융비용 등 영업외비용을 차감한 것을 말한다.
당기순손실의 직접적 원인은 이자비용 증가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이자비용은 202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6% 증가했다. 영업이익 보다 이자비용이 컸다. 이자비용의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리스부채 1115억원 △장단기차입금 및 사채 929억원 △복구충당부채 122억원 순이다. 특히 장·단기차입금 및 사채 이자비용이 전년동기대비 209억원 증가하며 그 폭이 가장 컸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부터 매년 3000억원 수준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항공기 리스 관련 비용이 부채로 인식하게 된 2019년 이후부터 추이를 보면 2019년 3349억원, 2020년 3600억원, 2021년 3195억원, 2022년 3710억원 등의 이자비용이 발생했다. 그중 장단기 차입금 이자비용이 급격히 불어났는데 2019년 324억원에 불과했던 이 비용은 작년 말 5배(1670억원) 넘게 증가했다.
장단기 차입금 관련 연 이자율이 조정되면서 관련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 받은 2조50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의 연 이자율은 지난해 4.4~5.91%에서 올해 5.9~6.57%로 상승했다. 연 이자율이 1%p만 올라도 연 이자비용은 약 250억원 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최근 만기가 도래한 단기 차입금을 연장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연 이자율이 상승하게 됐다"며 "추가 차입이 있어서 이자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합병 미뤄질수록 재무부담 가중"
일각에선 이자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지연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합병이 지연되면서 수혈될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은 2021년 이후, 아직 미결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총 1조8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할 예정이었다. 그중 3000억원은 영구전환사채 형식으로 2020년 12월 말 아시아나항공에 납입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돈을 차입금 상환과 운영 자금에 사용했다.
하지만 1조5000억원에 대한 자금 수혈은 여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이 자금을 수혈할 예정이었다. 그중 7000억원(계약금 3000억원, 중도금 4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됐지만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아니다. 기업결합승인이 최종 완료되어야 한다는 단서 조건이 명시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가 지연될수록 아시아나항공이 재무부담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합병 결과가 어떻게든 결론이 빨리 나는 게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상책"이라고 말했다.
합병이 표류하는 동안 이 회사의 재무 건전성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부채비율은 1741.2%으로 작년 말 대비 259% 상승했다. 이 기간 결손금은 9066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3%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