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이 주춤했던 KCC. 원인으로 실리콘 사업 부진이 꼽혔는데, 얼마나 안좋았는지 세밀하게 살펴봤다. KCC의 주력인 유기실리콘 사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향 곡선을 그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재료인 메탈실리콘 가격이 상승했고, 코로나 봉쇄 조치로 묶여있던 중국 유기실리콘 재고가 시장에 풀리면서 과잉 공급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하반기부터 국제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서고 중국의 내수 경기 부양책이 시행되면 KCC 실리콘 사업도 회복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리콘 타격이 실적으로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KCC는 2분기 매출 1조5883억원, 영업이익 9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9%, 45% 줄어든 수준이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1822억원에서 673억원으로 약 63.1% 감소했다.
사업 별로 살펴보면 건자재와 도료 부문은 수익성이 개선됐다. 건자재와 도료 사업 부문은 각각 476억원과 4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대비 각각 26.3%, 142%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도료 부문은 완성차와 선박 생산량이 늘면서 수요가 대폭 증가했다.
실적 악화의 원인은 실리콘 사업의 부진이다. 올해 2분기 실리콘 사업부문은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2분기 영업이익 985억원을 기록하며 KCC의 수익 성장을 이끌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이 코로나 봉쇄 정책을 해제하자 유기실리콘 재고가 시장에 풀리면서 공급량이 크게 늘었다. 이는 유기실리콘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KCC의 실리콘 사업 수익성도 악화됐다.
KCC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리콘 수요가 줄어들면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아무래도 국제경기가 살아나야 실리콘 수요도 함께 늘어나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상고하저, 올해는 상저하고?
KCC는 2019년 미국의 실리콘 업체 '모멘티브머티리얼즈(모멘티브)'를 인수한 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에서 실리콘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인수금액은 약 30억달러(당시 환율 약 3조5000억원)다. 모멘티브는 미국의 다우듀퐁, 독일 바커 등과 함께 글로벌 실리콘 시장 점유율 톱3 업체다.
건자재·도료 사업 중심이던 KCC는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실리콘 사업 비중을 크게 높였다. 실리콘 사업 부문은 지난해 KCC 전체 매출의 54.7%를 차지할 만큼 핵심으로 성장했다.
KCC의 주력 제품은 유기실리콘이다. 유기실리콘은 탄소가 포함된 석유화학제품과 달리 열을 받아도 타지 않아 건축·인테리어뿐 아니라 자동차, 의료, 반도체, 항공산업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쓰인다. 최근엔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열 관리가 중요한 산업분야를 비롯해 고령자용 의료 기기 같은 성장 산업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유기실리콘 사업의 특징은 원재료인 메탈실리콘·메탄올과 전방 산업 업황에 따라 수익성이 요동친다는 점이다. 작년 KCC 실리콘 사업 실적을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KCC 실리콘 사업 부문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2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건자재(588억원)와 도료(270억원) 등 다른 사업 부문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기간 유기실리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로 실리콘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KCC가 반사이익을 누린 덕분이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실리콘 사업 영업이익은 369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실리콘 원자재인 메탈실리콘 공급이 불안해지자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메탈실리콘 가격은 kg당 5300원으로 전년동기(3810원) 대비 약 39% 올랐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부터 중국 봉쇄 조치로 쌓여있던 유기실리콘 재고가 풀린 결과 유기실리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KCC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실리콘 시장 불황이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되면서 KCC 실리콘 사업 실적도 둔화했다.
하반기부터는 중국 정부의 내수 경기 부양책이 시행되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등 실리콘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분기 톤당 3만위안이었던 유기실리콘 평균가격이 1만6000위안으로 하락한 데다 국내·외 경기 부진이 더해져 실리콘 수요 약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다만 하반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 부양 정책으로 인프라·부동산 투자가 활성화된다면 실리콘 상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도 "KCC 실리콘 사업 부문은 2분기 범용 시황 부진으로 전분기와 유사한 성적을 냈다"면서 "메탈실리콘 가격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완화되는 등 올해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실리콘 업황 개선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