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반도체 한파의 끝이 보인다.
공급업체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 되고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으로 고사양 메모리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승국면에 돌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적자 폭을 줄이고 실적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혹한기 끝 보인다
KB증권은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이 올 4분기,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상승 전환할 전망이라고 18일 밝혔다. 스마트폰, PC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며 부품 구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KB증권은 "D램은 3분기부터 HBM, DDR5 등 고부가 제품 생산 비중 확대로 2분기 실적 저점을 이미 확인했고, 낸드는 4분기 가격 인상과 재고 축소 효과로 수익성이 3분기 저점을 확인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KB증권은 스마트폰과 PC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KB증권에 따르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PC 매출 비중은 58%, SK하이닉스는 53%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반도체 시장이 하반기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3분기부터 하락세를 이어오던 D램의 경우 올 2분기 반등을 시작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D램 매출은 전 분기(84억9100만달러) 대비 20.4% 증가한 114억2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성장을 이끈 것은 SK하이닉스였다.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DDR5와 HBM의 출하량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2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은 34억40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48.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24.4%에서 30.1%로 상승해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트렌드포스는 나아가 3분기에는 전 세계 D램 시장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공급업체가 생산량을 줄이면 가격이 안정되고 가격 하락 폭이 제한돼 재고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줄어든다"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의 경우 아직 뚜렷한 수요 증가가 나타나지 않지만,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면 4분기 낸드 가격이 5%가량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이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감산은 주력 제품의 가격 인상이라는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파급력은 4분기 낸드플래시 전체 비트 출하량을 촉진해 적자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자 탈출 가까워질까
반도체 업황 회복 조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매출 컨센서스(추정치)는 67조9669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3.3% 증가할 전망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전 분기(6685억원) 대비 약 4.5배 증가한 3조64억원으로, 3개 분기 만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1.5%, 영업이익은 72.3% 감소한 수준이지만 올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반등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60조55억원, 영업이익 668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이 4조3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깎았다.
특히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 외에도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이라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7조1000억원에서 8조4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ASP 상승 전환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AI용 서버를 제외한 전방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나 가격 저점에 대한 고객 인식이 뚜렷하고 공급업체의 감산 기조도 이어지는 중"이라며 "고객 재고 축적 수요가 강한 DDR5의 계약가는 9월 반등이 예상되고 DDR4 역시 집중적인 감산으로 가격 하락이 멈출 것"이라고 관측했다.
SK하이닉스도 고부가 가치 제품 시장에서 선전하며, 적자 규모가 감소 분위기다. 올 2분기 SK하이닉스는 2조88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3개 분기 연속 조 단위 적자 상태다. 하지만 3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1조711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원 이상 적자 폭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매출액은 7.1% 증가한 7조8281억원이며, 영업손실률도 39.4%에서 21.9%까지 개선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HBM 포함 고부가 제품 중심의 공급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3사 중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세가 가장 돋보일 것"이라며 "D램 중심으로 출하량 및 가격이 기존 컨센서스와 가이던스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