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내부통제시스템인 윤리위원회를 발족했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어내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 단추다. 초대 위원장에는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선임했다.
정경유착 근절 첫 단추 '윤리위원회'
한경협은 17일 외부 위원 4명, 내부 위원 1명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K스포츠와 미르재단을 위한 기업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며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됐다. 이를 계기로 전경련은 민심과 위상을 잃었고 4대 그룹도 전경련에서 탈퇴해,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에 전경련은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로, 1961년 설립 당시 사용했던 명칭을 다시 사용해 한경협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8월 임시총회에서 윤리위원회 설치를 정관에 명시한 것도 정경유착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또 '한국경제인협회 윤리헌장'을 채택하고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윤리위원회규정'을 확정했다.
위원장에 목영준 전 헌재 재판관
한경협은 이번 윤리위원회 설치에 대해 "한경협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단체로 거듭날 수 있는 핵심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윤리위원회 위원은 외부위원 4인, 내부위원 1인 등 총 5인으로 구성했다. 목영준 초대 위원장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차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고려대학교 석좌교수 △CJ그룹 ESG자문위원장 △한진그룹 윤리경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한경협은 목 위원장 선임 배경에 대해 "1983년부터 약 30년간 법관 및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해 치우침이 없고 법조계뿐만 아니라 각계의 신망을 받는 분"이라며 "협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객관적인 시각에서 위원회를 윤리적으로 운영할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위원장을 제외한 외부위원은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김효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현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 △박광우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를 선임했다. 내부위원으로는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이 참여한다.
한경협은 "위원에 여성 2인이 포함돼 있으며, 법조·학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함으로써 다양하고 전문적인 시각에서 협회와 회원들의 윤리경영 사안을 심의하고 조언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류진 한경협 회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윤리위원회 위원을) 발표했을 때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향후 한경협 윤리위원회는 협회의 윤리경영에 관한 사항, 회원사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는 대외지원사항 등을 심도있게 검토할 예정이다. 또 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위원회는 분기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하며, 검토해야 할 사안이 발생할 경우 수시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