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간판을 바꿔 달고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기관명 변경 등 정관 개정안에 대한 승인을 받았고요. 공식 출범에 맞춰 19일 여의도 FKI타워(구 전경련회관) 정문 앞에서 표지석 제막식을 열었습니다. 1968년부터 55년 동안 사용한 전경련 간판을 내리고 한경협 간판을 새롭게 건 것이죠.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경협 임직원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자는 결의를 다졌다고 전해지는데요. 류진 한경협 회장도 인사말을 통해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름을 바꾼 것은 창립 당시 초심을 되새기고,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새 슬로건에도 이 같은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한경협은 새 출발과 함께 새 슬로건을 '한국경제 글로벌 도약의 중심'으로 정했는데요. '대한민국 G7 대열 진입 및 글로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의 도약'이라는 비전과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죠.
한경협이 '초심'을 외치는 이유는 과거 재계 맏형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함입니다. 지난 2016년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K스포츠와 미르재단을 위한 기업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며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된 바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민심과 위상을 잃으며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죠. 4대 그룹이 전경련에서 탈퇴한 것도 이때입니다.
과거의 관행을 반성한 한경협은 지난 5월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환골탈태한다는 혁신안을 발표, 본격적인 개혁에 나섰습니다. 혁신안의 핵심은 내부통제시스템인 윤리위원회 설치인데요. 이를 통해 과거 정경유착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입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윤리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위원회 구성에도 관심이 높은 상황인데요. 다만 윤리위원회 구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류 회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윤리위원장은 이미 선임된 상태"라고 언급했던 것을 고려하면 다소 발표가 늦어지는 분위기죠. 재계에서는 추석 이후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5명의 위원은 류 회장이 직접 꾸리는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류 회장은 "(윤리위원회 위원을) 발표했을 때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공석이었던 상근부회장 자리를 외교부 관료 출신인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맡게 됐기 때문인데요. 상근부회장은 한경협의 전반적인 살림을 도맡는 중요한 자리인데, 이 자리에 경제 전문가가 아닌 관료 출신이 기용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죠.
이에 대해 류 회장은 "정치인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는데요. 향후 한경협의 혁신이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그 행보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