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B2B(기업간거래) 비중을 늘리고 구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덕이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수익성은 다소 떨어졌지만,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며 견조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다.
역대 1분기 최고 매출
LG전자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1조959억원, 영업이익 1조332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나며 역대 1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독 등 새로운 사업 방식의 도입이나 추가 성장 기회가 큰 B2B 사업 확대가 시장 수요회복 지연 등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관점에서는 AI(인공지능), 에너지효율, 디자인 등 차별화 요소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서 공고한 경쟁력을 유지했다"며 "시장 수요 양극화에 대응하며 볼륨존 라인업의 제품·가격 커버리지를 강화하는 차별적 시장 전략을 펼치는 것도 주효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세였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인 1조4974억원에 비해 11%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7.3%에서 6.3%로 떨어졌다. 작년과 비교하면 다소 부진하지만,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2020년 이후 5년 연속 1조원을 넘기고 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견조한 수익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영업이익의 경우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웃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LG전자의 1분기 매출을 21조2507억원, 영업이익을 1조2873억원으로 예상했다. 매출은 기대치를 소폭 하회했지만, 영업이익은 3.5% 높은 수준이었다.
생활가전 끌고, 전장 밀고
이날 LG전자는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생활가전 사업을 비롯해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전장 사업이 선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H&A(생활가전) 사업은 프리미엄 신제품과 함께 HVAC(냉난방공조), 빌트인, 부품솔루션 등 B2B 확대 전략에 따른 성장이 기대된다. 해외 시장의 지역별 특성과 수요 변화에 맞춰 라인업을 하방 전개하는 볼륨존 공략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최준원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규 주택 판매 건수가 지난 2월 기준 6만건 수준까지 회복했고, 50만 달러 이상 신규 주택의 판매 비율이 30%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며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한 B2B 빌트인 가전, HVAC에서의 매출 성장이 기대돼 올해 B2B 매출은 전체 H&A 사업부 매출의 26%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VS(전장) 사업의 경우 올 상반기 수주잔고가 100조원을 넘어서며 점진적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LG전자는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은 올해 차별화 제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유럽, 아시아 시장 수주 확대를 통해 성장을 본격 가속화한다. 차량용 램프 자회사 ZKW는 차세대 제품역량 확보와 사업구조 효율화를 병행해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 애플의 자율주행 프로젝트 중단 소식 이후 LG전자의 전장 사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으나, 2021년 이전까지 정체돼 있던 외형을 다시 성장으로 이끌 사업이라는 점은 변함없다"고 평가했다.
HE(TV) 사업은 제품 판매 대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웹OS 콘텐츠·서비스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올해 웹OS 플랫폼 사업의 조 단위 매출 달성이 목표다. 제품에서는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프리미엄 LCD(액정표시장치)인 QNED TV를 앞세운 '듀얼(2) 트랙' 전략을 본격 전개한다. BS(비즈니스솔루션) 사업은 로봇, 전기차 충전 등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며 유망 신사업 조기 전력화에 속도를 낸다.
한편, 이날 나온 잠정 실적은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다. LG전자는 이달 말 예정된 실적설명회에서 연결기준 순이익과 각 사업본부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