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온디바이스(On-Device) AI(인공지능) PC에 탑재되는 SSD(대용량저장장치) 'PCB01'의 개발을 완료하고, 연내 양산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기업용 SSD뿐 아니라 소비자용 SSD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대, HBM(고대역폭메모리)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전략이다.
대형 고객사 협업해 연내 양산 돌입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8채널 PCIe 5세대' 규격을 적용한 PCB01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SSD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디지털 방식의 데이터 저장장치다. 일반적으로 4채널 SSD는 일반 PC용 시장, 8채널 SSD는 고성능 PC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채널이 늘어나고 PCIe(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 세대가 발전하며 데이터 처리 속도가 개선된다. PCB01의 연속 읽기와 쓰기 속도는 각각 초당 14GB(기가바이트), 12GB로 PC용 SSD 제품 중 업계 최고의 성능이 구현됐다는 게 SK하이닉스 측 설명이다. 이는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거대언어모델(LLM)을 1초 안에 구동하는 수준이다.
또 전작 대비 전력 효율도 30% 이상 개선됐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대규모 AI 연산 작업의 안정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낸드 저장 영역인 셀 일부를 처리 속도가 빠른 SLC(Single Level Cell)로 동작하게 하는 SLC 캐싱 기술도 적용했다. 그 덕에 PC 사용자가 AI 서비스 외 일반 컴퓨팅 작업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올 3월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에서 PCB01을 공개하고 상반기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글로벌 PC 고객사와 함께 신제품에 대한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연내 양산에 들어가 대형 고객사와 일반 소비자용 제품을 함께 출시할 계획이다. PCB01은 512GB(기가바이트), 1TB(테라바이트), 2TB 등 3가지 용량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안현 SK하이닉스 낸드솔루션개발 담당(부사장)은 "이번 신제품은 기존 세대 대비 성능이 대폭 개선되며 온디바이스 AI PC용 CPU를 생산하는 여러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호환성 검증 협업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낸드 시장서도 'AI 리더십' 꾀한다
SK하이닉스는 cSSD(소비자용 SSD)인 PCB01을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AI 메모리' 리더십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AI 확산에 따라 수요가 급증한 D램과 달리, 낸드는 AI향 수요에서 비켜나며 오랜 부진을 겪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존 저장방식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작은 공간에도 많은 저장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 낸드의 장점이 AI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도 올 1분기 프리미엄 제품인 엔터프라이즈 SSD의 판매 비중 확대와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높은 ASP 상승률 덕에 흑자로 전환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의 AI 수요 확대를 위해 제품 믹스와 라인업을 최적화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SSD 수요뿐 아니라 온디바이스 AI 수요에 대비한 제품도 활발히 선보이는 것이다. 이번 PCB01도 AI PC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확대의 일환이다.
특히 AI 노트북 시장은 향후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5억대에 달하는 AI PC가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같은 기간 AI PC 시장은 연평균 59%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전체 노트북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3%) 대비 높은 수준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7년에 판매되는 PC 4대 중 3대가 AI PC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 부사장은 "시장에서 크게 각광받을 PCB01의 고객 인증과 양산을 순조롭게 진행해 낸드 솔루션에서도 세계 1위 AI 메모리 리더십을 공고히 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