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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캐즘 공백 'ESS'로 채운다…K배터리 생존법

  • 2024.09.06(금) 06:50

과전류·정전 막는 ESS, 신재생E 성장에 덩달아 부상
K배터리, 기술 강화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 집중
중국 독주는 복병…LFP 양산 시점 관건

/그래픽=비즈워치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기차 캐즘 돌파구로 ESS를 지목,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할 계획인데요. 미국과 유럽 등을 필두로 ESS 글로벌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새로운 기회로 자리 잡는 모양새입니다.

ESS는 잉여 전력을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공급 가능한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입니다. 발전소와 연계돼 대규모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송배전 효율 향상을 위해 설치되죠. 주로 실제 사용처와 가까운 곳에 설치, 상업용·가정용으로도 활용됩니다. 

치솟는 성장세

최근 ESS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까닭은 글로벌 친환경 정책 기조에 힘입어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전력 생산량 및 사용 시점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원활한 조절이 되지 않으면 과전류나 정전을 겪을 수 있는데요.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ESS가 부상하고 있는 겁니다.

ESS 시장 규모 전망./그래픽=비즈워치

국내외 다수 조사기관들도 "ESS 시장 규모가 급증할 것"이란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SNE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로 400억달러(53조7000억원)를 전망합니다. 이는 지난해 대비 27% 상승한 수치인데요. 10년 후인 2035년께 800억달러까지 확대, 한화로 약 107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입니다.

블룸버그NEF는 보다 과감한 관측을 제시했습니다. 오는 2030년 ESS 시장 규모가 2620억달러(약 351조6000억원)로 확장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는 2021년 대비 24배 늘어난 수준입니다.

2024년 상반기 미국 에너지분야 신규설치량./그래픽=비치

특히 미국의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내 ESS 신규 설치 규모는 총 4.2(기가와트)GW로 집계됐습니다. 저탄소 에너지 발전분야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올 하반기엔 15GW 설치가 예정돼 있습니다. 상반기 대비 최소 3배 이상 확대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유럽 ESS 시장 규모도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13.7GW에서 2030년까지 76.6GW로 약 6배 성장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K배터리 3사 3색 전략

국내 배터리 3사 ESS 사업내용 및 계획./그래픽=비즈워치

이에 K배터리 3사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ESS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시장 확대를 통해 일시적 수요 위축 시기를 극복, 근본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공통된 방침입니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가장 적극적입니다. 전시회를 통해 LFP(리튬·인산·철) 셀을 적용한 주택용 제품을 비롯 발전소 등에 설치되는 중대형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당분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만큼 ESS 배터리 신규 공장을 늘리기보다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단순 배터리 제조를 넘어 시스템 통합 솔루션 역량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공급부터 사업기획·설계·설치·유지·보수 등 ESS 전반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입니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예측 유지보수까지 가능한 소프트웨어 사업도 모색 중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법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를 설립한 바 있습니다.

삼성SDI는 대표 제품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효율적인 공간배치로 에너지 밀도를 향상하는 등 기술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계획입니다.

한층 강화된 안전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SBB 내부서 불이 붙으면 전체 모듈에 소화약제가 분사, 화재 확산을 방지하는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또 2026년부터는 LFP를 활용해 ESS 제품을 제조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가격도 더욱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SK온도 기존 라인을 활용해 ESS를 생산, 차량 충전 사업용 및 선박용 ESS 시장 개척에 나설 방침입니다.

중국 독주 막을 해법 'LFP'

다만 '중국의 독주'는 유의해야 할 포인트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ESS 설비 규모는 미국을 앞지르며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중국은 지난 한 해에만 2022년 누적용량(11GW)의 2배인 22GW의 ESS를 신규 설치했습니다.

지난해 ESS용 배터리 글로벌 시장 상위 10곳 중 8곳도 중국 기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8곳의 합산 점유율은 86%로 전년 대비 2%포인트(p)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기업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2곳의 합산 점유율은 9%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대비 5%p 하락한 것으로 중국의 상승세와 대조적입니다. 

2030년 주요국 ESS 설비용량 비중./그래픽=비즈워치

가까운 미래엔 중국의 성장이 더욱 눈에 띌 전망입니다. 한국전력경영연구원은 "오는 2030년 전 세계 ESS 설비용량의 47%를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2030년 중국 ESS 설비 규모는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335GW에 이를 것이란 예상인데요. 이는 같은 기간 2위부터 10위까지 국가 설비 규모의 합, 약 340GW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중국의 급성장 배경으로는 △중앙·지방정부의 육성정책 △산업·가격 경쟁력 △기술력 등이 꼽힙니다. 원료부터 소재 및 제조까지 전 부문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함은 물론,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결국 관건은 LFP 배터리 개발 및 양산이 될 전망입니다. 현재 LFP 배터리가 전기차 및 ESS 시장 모두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시장서 거래되고 있는 중국 ESS의 경우 LFP가 탑재, 가격이 국내 제품 대비 절반가량 낮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김주한 한국전력경영연구원 선임은 "기존엔 한국과 일본의 삼원계 배터리가 ESS 시장을 주도했으나 최근 들어 중국 기업이 전략적으로 육성한 LFP가 해당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한국 및 일본 기업들의 LFP 양산 지연으로 당분간은 중국의 독주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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