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 100조원에 달하는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법인이 출범했다. 자산 100조원·매출 88조원 초대형 '에너지 공룡'의 탄생이자, 25년 만 재결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아시아·태평양지역 민간 최대 종합 에너지 회사로서 석유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에너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통합법인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운영된다.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각각 정유·석유화학, 천연가스 분야서 독자적 사업 영역을 구축해온 만큼 독립경영을 통해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기존 SK E&S는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 새 사명 'SK이노베이션 E&S'를 사용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대표는 박상규 사장이, CIC 대표는 추형욱 사장이 맡는다.
2030년 EBITDA 20조 목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통합법인이 1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7월 합병 발표 이후 절차를 거쳐 4개월만 닻을 올렸다. 통합법인은 자산 기준 아태 민간 기업 1위, 국영 에너지 기업을 포함하면 9위다.
이날 새로 출범한 SK이노베이션 합병법인은 석유·가스·전력 등 3대 축에 기반, 주요 에너지 사업 전반에 걸쳐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 경쟁력에 SK E&S가 민간 최초로 통합·완성한 LNG 밸류체인까지 더해지면서다.
배터리·신재생에너지·수소·에너지 솔루션 등 미래 친환경 에너지 시장 내 주도권을 이어갈 동력도 확보했다.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에너지 산업 내 변화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자산 100조 이상의 글로벌 민간 에너지사 가운데 이러한 사업구조를 갖춘 기업은 드물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LNG 밸류체인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도 기존 SK E&S가 연간 1조원 이상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기반이 돼왔다. 이에 통합법인의 안정적 수익력 확보 및 미래사업 투자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주를 이룬다.
시너지를 토대로 한 이번 합병은 에너지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30년까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목표를 20조원으로 잡았다. 합병 시너지 2조2000억원을 비롯해 △배터리 사업 10조3000억원 △석유·화학 4조원 △ LNG·전력·재생 에너지 2조8000억원 등이 포함된 수치다.
"2027년까지 ROE 10배 끌어올릴 것"
기업가치 제고 활동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통합법인의 재무 안정성 강화 및 주주 환원 등을 골자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난 10월 30일 공시한 바 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 2027년부터 자기자본이익율(ROE) '1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ROE는 기업에 투자된 자본을 사용, 이익을 어느 정도 올리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뜻한다.
최근 5년간 SK이노베이션의 ROE는 △2019년 –0.2% △2020년 –13.4% △2021년 1.8% △2022년 8.4% △2023년 1.2% 등에 그쳤다. 이에 △배터리 등 신사업 수익성 개선(4%) △LNG·수소 등 합병 시너지(3%) △기존 정유 사업(3%) 등으로 10%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합병 이후 영업이익 변동성이 낮아지고, 올해 이후 배터리 관련 자본 지출도 감소되는 만큼 ROE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주주환원율도 2027년부터 35% 이상 유지키로 했다. 앞서 2024년과 2025년엔 최소 배당금 주당 2000원을 이행하고, 2027년 이후엔 과거 10년간 주주환원율 최저 수준인 35%를 최소 목표치로 삼겠다는 것이다.
향후 SK온 기업공개(IPO) 땐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주식교환 기회도 부여할 계획이다. 예상되는 주식교환 규모는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다.
이러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시너지 창출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SK온의 흑자 전환 등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전기차 캐즘 탓에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이지만, 내년 2월 마무리 될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3사 합병 후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출 것이란 진단이 지배적이다. 일각선 "올 3분기부터 흑자 전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업계는 SK이노베이션 통합법인 출범 후 고강도 쇄신 작업을 추가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 E&S를 CIC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임원을 대폭 줄이는 그룹 내 고강도 쇄신 기조를 고려했을 때 임원 감원 등 인적 쇄신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