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 운임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미리 선적에 나선 미국 선주 물량이 몰리고 홍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다. 해운 운임 상승은 HMM 실적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해운 운임이 반짝 상승에 머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해 사태 등이 진정되면 선복량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해운사가 다시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운임 상승세 탄 HMM
지난 13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384.4로 전주 대비 5.7% 올랐다. 연말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아시아-북미 항로에서 선적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미국 소매협회(NRF)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으며, 해상 물동량도 약 12% 늘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세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미국 화주들이 조기 선적에 나서면서 운임 상승세가 가속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1월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물량이 전월 대비 12.5% 늘면서 아시아-미주 항로 운임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미서부 노선의 컨테이너 운임은 TEU(20피트 컨테이너 한 대) 당 약 5% 올랐고, 이는 SCFI 지수에 직접 반영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홍해 사태로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운송 거리가 길어졌고 운임이 상승했다"면서 "단기적으로 이러한 흐름(선박 부족과 조기 수입)은 해운사들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HMM 실적을 낙관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HMM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조4600억원을 기록하며 예상치인 76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며 "4분기에도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HMM 4분기 실적에 대해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3.6% 증가한 2조7561억원이 예상되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91% 상승한 758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다시 긴 침체기 가능성"
SCFI가 반짝 상승에 그칠수도 있다. 미국향 조기 수입이 끝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안정화될 경우, 해운 운임이 다시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응혁 부산항만공사(BPA) 국제부장은 "중요한 사실은 조선소에서 해운사로 인도되는 선복량이 2023년 200만 TEU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20만 TEU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이라며 "당초 공급 과잉으로 해운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홍해 사태가 상황을 진전시켜놨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화주는 단일 국가로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차지하는데, 이들의 조기 수입이 종료되면 전 세계 무역은 조용해질 것"이라며 "홍해 사태까지 진정될 경우 해운 시장은 다시 긴 침체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HMM은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항로를 개설하고 있다. 대서양 항로에는 4600TEU급 선박 10척을 투입해 영국 사우샘프턴과 미국 롱비치를 연결했고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등 주요 기항지를 포함시켰다. 인도-유럽 항로에는 6000TEU급 선박 11척을 투입해 인도-지중해와 인도-북미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신규 서비스 개설로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 후아주 라이너리티카 대표는 "HMM이 글로벌 해운 운임 상승을 실적 개선의 기회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HMM의 성공은 해운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 회복과 경제 반등을 이끄는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