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두 항공사의 산하 저비용항공사(LCC)도 하나의 체제로 통합될 예정이다. 통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역 민심은 들끓고 있다. 부산 지역사회에선 통합 반대뿐 아니라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까지 요구하고 있다. '항공 빅딜'이 4년 만에 마무리됐지만 당분간 LCC 통합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거점 뺏길라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1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양사 산하의 진에어, 부산에어, 에어서울 등이 통합 저비용항공사(LCC)로 한집 살림을 이룰 예정이다.
LCC 통합에 대해 부산 민심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어부산의 본사가 위치한 부산시와 지역 시민단체들은 에어부산이 통합 LCC에 흡수될 경우 거점 항공사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한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에어부산을 분리매각해달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44.17%의 지분을 갖고 있고,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 지분은 16% 수준이다.
에어부산은 2007년 부산시와 12개 지역 기업이 출자해 '부산국제항공'으로 출범했다. 이듬해 아시아나항공이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회사 명칭을 '에어부산'으로 변경하고, 부산~김포 노선을 첫 취항했다.
이후 에어부산은 부산에서 31곳뿐인 전국 1000대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지난 17년간 1400명의 인력을 고용했다. 부산지역에선 에어부산이 통합 LCC에 흡수되면 지역 기반 항공사로서의 정체성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한다. 2029년 가덕도신공항 개항을 앞두고 지역 거점 항공사를 잃는 것도 악재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 1일 에어부산의 '부산 존치 논의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은 "에어부산은 지역기업과 부산 시민의 애정과 관심으로 성장시킨 부산의 자랑스러운 기업 자산"이라며 "정부의 잘못된 산업 정책으로 부산이 거점 항공사를 잃게 된다면 부산 민심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시는 최근 전략을 바꿨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주장 대신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두고 에어부산을 독립 법인화으로 존치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통합LCC 중심은 진에어, 거점은 인천
대한항공의 입장은 확고하다. 대한항공은 통합 LCC의 중심을 자회사인 진에어로 두고, 본사는 인천에 둘 방침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역시 지난해 "통합 LCC 거점은 인천"이라고 못 박았다. 통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인천공항의 글로벌 허브 공항 역할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부산시와 대한항공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에어부산을 둘러싼 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이나 독립 법인화 여부가 단순한 기업 구조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항공산업 생태계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