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와 건조를 분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의 '공동 투자'를 묻는 질문에 신현승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이 한 대답이다. KDDX 사업 결정권을 쥔 방사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경쟁이 과열되자 공동 개발·건조까지 고려했는데, 현재는 공동 사업 방안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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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수용 가능한 해결책 찾겠다"
이날 토론회의 자유 질의응답 시간에 박진호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전 위원은 KDDX 공동 투자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HD현대와 한화오션이 경쟁하고 있는 본질이 상세 설계와 관련이 있다"며 "과학기술통신법에 있는 '공동 투자' 형태로 조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공동 투자를 하게 되면 (양사가) 상세 설계에 대한 소유권과 실시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후속함 사업에 반영해야 할 설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현승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은 이 질문에 대해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가 하나의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를 명확히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공동 설계 방식은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답했다.
이어 "방산업체 지정이 완료된 만큼, 방사청은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양사가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작년 7월에 KDDX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두 회사가 법적 공방까지 벌이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최종 선택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KDDX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은 관행대로 선도함을 수의계약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과거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사고 전력을 감안해 경쟁입찰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KDDX 건조 능력을 가진 방산업체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모두 지정하면서 공은 다시 방사청으로 넘어갔다.
"글로벌 해양 방산 천금같은 기회"
이날 토론회에선 'K-조선 원팀(One Team)'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석종건 방사청장은 "앞으로 방산 수출은 특수선 산업이 주력 품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방사청은 조선업계와 원팀이 돼 향후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방산수출을 수주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원팀을 강조했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해양 방산 산업은 수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 주도의 방산물자 수출 확대와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한미 정부 간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 상무는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은 우리에게 천금 같은 기회"라며 "팀 십(Team Ship), 팀 코리아(Team Korea)를 통해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호중 한화오션의 특수선사업부 상무도 "글로벌 함정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투자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K-방산의 함정 사업 분야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도약의 길목에 서 있다"며 "함정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될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도 "전 세계 유지·보수(MRO) 시장은 올해 80조원에서 6년 후 100조원에 육박한다"고 전망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하더라도 캐나다·사우디아라비아·폴란드 함정 사업 규모만 160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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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내 함정 수출 44조 넘는다"
유 의원에 따르면 미국 해군의 MRO 예산은 연간 약 2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미 해군이 노후 함정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작전 수행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미 해군의 수륙양용함 32척 중 절반인 16척이 노후됐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현재 진행 중인 MRO 사업과 함께 미 해군의 차세대 함정 도입 본격화를 알렸다. 미 해군은 향후 30년간 약 300척의 함정 확보에 1600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오지연 방사청 함정총괄계약 팀장은 "향후 5년 내 한국의 함정 수출 규모가 4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트럼프 취임식에서 미 상원 의원들이 먼저 조선 얼라이언스를 10명 중 6명이 언급했다"며 "한국과 미국이 해군력을 기반으로 경제·안보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