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MBK파트너스에 책임있는 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의 차입매수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10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긴급토론회'에서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피해자들이 속출한 점을 거론하며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에 1조원을 투자하고 2조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회생법원 허가 없이는 채권 변제순위 변경도 지급도 불가능한 상황을 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은 필요없다"며 "국회뿐 아니라 피해자들과 함께 경찰, 검찰, 국세청이 모두 나서 100% 피해 보상을 관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오세희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 강준현·김남근·김현정·송재봉·신장식·안도걸·유동수·이강일·한창민 의원과 홈플러스 공동대책위원회가 함께 주최했다.
앞서 지난 2일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주 회장이 사재출연 계획과 변제 방안을 10일까지 제시하지 않을 경우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 계획을 밝히진 않은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주로 MBK의 차입매수(LBO)를 둘러싼 문제 제기와 비판이 이뤄졌다. 최철한 마트노조 국장은 과도한 이자비용이 순이익 실현을 저해했고 MBK가 차입금을 갚기 위해 홈플러스가 보유하던 점포 등 부동산을 매각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국장은 "MBK 인수 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비용은 약 2조9329억원으로 해당기간 영업이익 합계액 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 많다"며 "홈플러스 영업이익이 몽땅 MBK의 이자비용으로 지급됐고 그것도 모자라 자산을 팔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그룹에 14%의 이자, 상환전환우선주(RCPS)에는 13%의 배당금, 인수금융을 갚기 위한 점포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에는 연간 8%의 임대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과도한 수준의 금융비용이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 패널들은 사모펀드의 차입매수에 대한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는데도 중지를 모았다. 이사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이 대표적이다. 기업에 손실을 입히는 차입매수 행위를 결정한 이사진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상법을 개정하자는 얘기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미국에서는 인수대상 기업 이사들이 이해충돌 상황에서의 회사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관점에서 차입매수 남용으로부터 인수대상 회사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면서 인수대상 기업에 이사 등을 파견했다 하더라도 인수대상 기업 이사들이 지배권을 갖는 사모펀드에 충성해 해당기업 자산을 인수자금의 담보로 제공하거나 해당기업이 채무자가 돼 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에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을 통해 차입매수를 규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 의원은 "사모펀드가 지배하는 차입매수 남용에 대해서 일정한 금융감독 차원의 규제를 실행하고 있다"며 "관련 규제를 자본시장법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모펀드의 차입매수에 대한 별도 규제가 국제적으로 이미 도입되고 레버리지 위험과 이해상충 문제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우리도 자본시장법상 공시의무, 내부통제 의무, 이해상충방지, 신용공여비율제한 등의 규제를 직접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