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는 기업의 경쟁을 넘어 국가의 성장엔진이자 안보 전략이 되고 있다"며 "한국은 기술 자립과 글로벌 협력을 병행하는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부대행사 '퓨처테크포럼 AI' 개막식에서 최 회장은 "AI를 빼고는 비즈니스 화제가 없을 정도로 뜨겁다"며 "AI가 만들어내는 속도와 규모의 격차가 기업과 국가, 개인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AI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은 AI 인프라 확충·기술 확산·AI 전쟁 승리라는 세 가지 전략을 명확히 세우고 있고, 중국 역시 '15차 5개년 계획'에서 AI 기술 자립을 국가 핵심 과제로 규정했다"며 "글로벌 경쟁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AI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AI 투자 규모만 봐도 한국 대비 10배, 많게는 100배에 달한다"며 "AI를 둘러싼 속도 경쟁이 결국 국가 간 격차를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한국이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통해 기술 자립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관 협력 기반의 컴퓨팅 인프라 구축 사업과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꼽았다.
이어 "이 같은 시도는 단순히 국내 기술로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글로벌 협력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스스로 주도권을 쥐려는 보다 넓은 세상을 향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AI 질서 재편' 주역 되려면
최 회장은 또 "AWS와 SK가 함께 추진 중인 울산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립과 오픈AI와의 '스타게이트' 협력은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기술 자립을 지향하면서도 글로벌 신뢰 기반의 협력을 병행하는, 두 축이 공존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발전의 본질적 변화에도 주목했다. 그는 "이제는 사람이 AI와 무엇을 하는 시대를 넘어 AI끼리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해법을 찾아가는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반도체 칩·전력·데이터 등 전방위적인 병목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이러한 병목을 풀어낼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며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처럼 AI 확산에서도 가장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회장은 AI가 단순한 기술의 진화를 넘어 세계 질서를 다시 짜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는 인류의 산업 구조와 경제 질서, 나아가 국가 간 경쟁 구도까지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I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데이터의 집적·활용, 이를 뒷받침하는 규제 설계까지 모두가 새로운 글로벌 질서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얼마나 빠르게 접근하고 주도권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그 속도와 실행력에 따라 한국은 글로벌 AI 발전의 핵심 기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K그룹이 AI를 국가 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규정하며 연 이번 '퓨처테크포럼 AI'는 'AI 시대의 도전과 기회, 국가 AI 생태계 전략과 해법 모색'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미국·싱가포르·페루 등 APEC 회원국 정부 인사와 글로벌 AI 리더들이 참석했다.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 매트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대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이 연사로 참여해 AI 생태계와 윤리, 성장 전략 등을 논의했다.
SK그룹은 같은 날 개막한 'K-테크 쇼케이스'에서 AI 데이터센터 솔루션도 공개했다. SK하이닉스·SK텔레콤·SKC·SK엔무브 등 주요 계열사가 보유한 반도체·냉각·운영 기술을 결합해 AI 인프라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역량을 선보였다.
SK와 AWS는 현재 울산에 100MW(메가와트)급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며 이달 초에는 오픈AI와 서남권 데이터센터 구축 협력에도 나섰다. 이를 통해 SK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인프라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