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이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긴 정기 인사를 30일 단행했다. 불확실성이 짙은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조직의 긴장감을 높이고 내년 사업 전략을 신속히 실행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2021년 이후 4년 만에 부회장 승진자가 배출되며 세대 교체와 안정의 균형을 꾀한 인사로 평가된다.
이날 SK그룹은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사장단 인사 내용을 확정했다. 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업 체질 강화 △재무구조 개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을 핵심 과제로 삼고 현장 중심의 실행력과 기술 경쟁력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37년 SK맨' 상징적 승진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2021년 이후 4년 만의 그룹 부회장 승진자가 됐다. 지난해 12월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단이 대거 경영 2선으로 물러난 뒤 첫 복귀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1962년 경북 안동 출신인 이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일고·고려대 동문으로 그룹 내에서 오랜 기간 신뢰를 받아온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1988년 SK텔레콤 입사 이후 30여 년간 통신·미디어 분야를 두루 거치며 국내 1위 통신사로서 SK텔레콤의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특히 2011년 하이닉스 인수 당시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CR(대외협력) 부문장을 맡아 인수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을 완화하고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설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18년 수펙스추구협의회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사회적 가치(SV) 측정 기준 마련을 주도, 2022년부터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맡아 그룹의 홍보와 대관·대외협력 전략을 총괄해왔다.
멤버사와 그룹 컨트롤타워를 모두 경험한 정통 SK맨으로, 향후 SK㈜ 부회장단에서 그룹의 대외 커뮤니케이션과 전략 조율 총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형희 부회장이 국회·정부·언론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폭넓은 스킨십을 바탕으로 SK의 대외 리더십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 구조는 슬림하게, 전략 축은 굵게
SK㈜는 재무 및 사업개발 전문가인 강동수 PM부문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장용호 대표이사를 보좌하도록 했다. 강 사장은 SK㈜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온 인물이다.
SK텔레콤은 정재헌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정 사장은 거버넌스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강화해 고객 신뢰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기존 유영상 사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 전반의 인공지능(AI) 전략 확산을 주도한다. 통신CIC(사내회사)와 AI CIC로 이원화된 SKT의 조직 개편에 따라 한명진 SK스퀘어 대표가 통신CIC장을 맡게 된다.
SK온은 소재·제조 전문가인 이용욱 SK실트론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해 이석희 사장과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SKC는 자회사 SK엔펄스 대표 김종우 사장을 전진 배치해 안정적 사업 운영과 성장 기반 확보에 나선다.
SK에코플랜트는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을 신임 사장으로 영입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검증된 실행력을 기반으로 친환경·소재 사업의 체질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 E&S는 이종수 LNG사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선임해 에너지솔루션 신사업을 추진하고, SK스퀘어는 김정규 SK㈜ 비서실장을, SK AX는 클라우드·컨설팅 경험이 풍부한 김완종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올렸다.
SK하이닉스는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차 사장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 개발을 총괄하며 '포스트 HBM' 전략을 진두지휘한다. SK실트론은 정광진 SK실트론CSS 대표를, SK브로드밴드는 김성수 유선·미디어사업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위기보다 한발 먼저"…조직 리듬 조기 재정비
그룹의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도 대폭 개편됐다. 윤풍영 SK AX 대표는 수펙스추구협의회 담당 사장으로 이동해 AI·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반 혁신 전략을 주도하고 계열사 간 '또 같이' 시너지를 강화한다.
커뮤니케이션위원장에는 염성진 CR팀장이 사장으로 승진·보임됐다. 염 사장은 그룹 대외협력 기능을 총괄하며 국회·정부·언론 등 외부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각 계열사의 현안을 신속히 해결하고 차세대 리더를 전진 배치해 조직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현장 중심 리더십으로 그룹 전반의 실행력과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최태원 회장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출장 중에도 직접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통상 불확실성과 글로벌 투자 환경 변화 속에서 SK가 연말을 기다리지 않고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