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글로벌 전력 시장의 장기 호황인 초슈퍼사이클을 맞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력 인프라의 중심축이 송전에서 배전으로 이동하는 변화에 맞춰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북미 매출 1兆 돌파 "현지 생산 체계 굳힌다"
LS일렉트릭은 26일 경기도 안양시 LS타워에서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구자균 회장은 주주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력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강조하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을 직접 설명했다.
구 회장은 "현재 전력 시장은 단순한 호황을 넘어 인프라 구조 자체가 바뀌는 변곡점에 있다"며 "LS일렉트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배전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이 시기를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올라서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배전은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최종 소비처인 공장이나 가정으로 나누어 주는 단계를 말한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 4조9658억원, 영업이익 4264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북미 시장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고 수주잔고도 5조원 이상을 확보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증과 산업의 전기화 추세가 있다. 구 회장은 "AI 데이터센터와 분산전원(소규모 발전 시설) 확산으로 전력 산업의 중심이 배전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LS일렉트릭은 단순 기기 공급을 넘어 설계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 전략도 구체화했다. 미국 텍사스에 생산·기술 통합 거점인 배스트럽 캠퍼스를 육성하고 유타주의 배전반 솔루션 생산 설비 증설을 추진하는 등 북미 현지 공급망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물류 리스크를 줄이고 납기 경쟁력을 높여 빅테크 기업 등 주요 고객사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유럽과 중동에서는 초고압·신재생 에너지 수요를, 아시아에서는 생산 거점화를 통한 시장 확대를 각각 추진한다.
미래 전력 시장의 '게임체인저'
구 회장은 미래 전력 시장의 핵심 기술로 직류(DC) 전환을 꼽았다. 현재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교류(AC)와 달리 직류는 전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다. 구 회장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기를 쓰느냐가 미래 경쟁력"이라며 "직류는 전력 시장의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분야에서의 성과도 기대하고 있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 전력을 고압 직류로 변환해 송전하는 기술로, 장거리 송전 시 에너지 손실이 적고 안정성이 높다. LS일렉트릭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류형 HVDC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사업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구 회장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을 시작으로 글로벌 HVDC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라며 "전압형 HVDC 기술까지 추가로 확보해 시장 선도 사업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