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홈플러스 노조와 연일 연대에 나서고 있다. 업종도,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홈플러스에서 벌어진 일들이 고려아연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이들이 우려스럽다 주장하는 것은 단순한 경영권 변동이 아니다.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기업을 장기적으로 성장시켜야 할 산업기반으로 볼 것인지, 단기간 투자 수익을 실현하는 금융자산으로 볼 것인지의 차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발생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보유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뒤 같은 자산을 임차해 사용하는 구조)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점포는 줄고 임대료와 금융비용은 커졌다. 이를 두고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는 적극적인 투자금 회수와 달리 기업 경쟁력과 미래 투자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14일 안에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문제는 그 이후다. 기업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비용은 투자자가 아닌 사회가 떠안게 된다. 홈플러스 직영 직원은 1만2000명에 달하며 간접고용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역 상권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그 이상이다. 정부는 협력사 지원과 체불임금 지급, 생계비 융자 등 긴급 대책을 마련했고, 국민연금이 투자한 6121억 원도 사실상 손실 위험에 놓였다.
반면 투자 과정에서 얻은 수익은 사모펀드와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MBK는 대주주로서 경영 전략을 결정하고 핵심 의사결정을 주도했지만 기업회생과 회생절차 폐지 국면에서는 자신들은 펀드 운용사일 뿐이라며 제한적인 책임만 강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경제평론가인 마틴 울프(Martin Wolf)는 "주주가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는 사회적 정당성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창출한 위험과 비용을 사회에 전가하면서 이익만 사유화하는 구조는 결국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특정 사모펀드 문제가 아니다. 자본이 기업을 지배할 권리를 가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에 관한 문제다. 이런 점에서 홈플러스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고려아연 노조의 현실적인 두려움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고려아연 노조는 자신들이 아연과 동, 금, 은, 희소금속을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 기업이란 점에서 우려가 더 크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핵심 공급망을 책임지고 있고 온산제련소의 기술력과 숙련 노동자 경험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국가적 자산이란 점에서 파급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의 권리만 있고 책임은 없는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가기간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본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을 지는 자본일 수 있다. 홈플러스가 벼랑 끝에 완전히 내몰린 상황에서 제2의 홈플러스를 막기 위한 방법과 우리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좀 더 깊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