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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 지점장 "우리도 사기 당했다"

  • 2013.10.02(수) 16:46

동양증권 불완전 판매 정황 속속 드러나
직원들도 시멘트 법정관리 반발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위험성에 대해 고객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불완전 판매한 정황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양증권 한 지점장이 동양그룹 회사채 불완전 판매에 항의하는 고객에게 "우리도 사기 당했다"는 요지의 말을 해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여기에 동양증권 직원들과 노조는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내부 파열음까지 가세해 사태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2일 동양증권 고객인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본인이 서울의 한 동양증권 지점에서 겪은 일을 올렸다.

블로그에 올린 글에 따르면 A씨의 어머니는 동양증권 지점 직원의 권유로 ㈜동양과 동양시멘트 회사채에 총 7000만원을 투자했다. 동양증권은 “100% 안전하다”며 전화상으로 A씨의 어머니를 설득해 회사채를 판매했다고 A씨는 적었다.

 

하지만 동양그룹이 ㈜동양, 동양시멘트 등 5개 계열사에 대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투자금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A씨는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동양증권 지점을 직접 찾았고, 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불완전 판매에 대해 따졌다.

A씨 어머니에게 회사채를 판매한 동양증권 담당 직원은 "회사에서도 안전하다고,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팔라 해서 자신있게 팔았다"며 "도의적으로 죄송하다”고 사죄했다고 적었다. 인터넷 상에는 A씨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개인 투자자들의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찾은 이 지점의 지점장은 "동양증권도 사기를 당했다”는 말까지 했다고 A씨는 적고 있다. 이 지점장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절대 법정관리는 하지 않겠다고 했고, 각 사장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같은 발언을 했다"며 "힘을 합쳐 사기 행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A씨는 전했다. 계열사의 회사채를 팔라고 독려해놓고, 해당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그룹의 결정을 지점장은 '사기행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A씨가 기자에게 제공한 지점장의 음성 파일에는 왜 그가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지에 대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법정관리 신청은 말이 안되는 얘기다. 기존의 새로운 투자자까지 망치는 행동을 현재현 회장이 했다. 소송이 필요하다면 현 회장에게 소송을 할 것이고, 고객이 필요하다면 소송 증인으로 서겠다. 직원들이 고객과 같은 편에 설 것이다. 우리도 속았다.

 

현회장은 우리에게 사기를 쳤다. 심지어 사장단에게도 사기를 쳤다. 목요일(지난달 26일) 법정관리 절대 안들어간다고 사장단에게 전달했다. 열심히 해달라. 직원들은 그걸 믿고 심지어 채권까지 샀다. 월요일(지난달 30일) 3개 계열사가 법정관리 그대로 들어갔다. 어제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법정관리에 대해서도) 사전 언급이 없었다. 어제 아침에 지점장 회의갔더니 동양시멘트가 워크아웃 갈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불과 5시간만에 들어가지도 않아도 되는 동양시멘트에 대해 법정관리 신청했다. 이런 회장을 믿지 않고, 그 편에 서지 않겠다."

 

A씨는 비즈니스워치와의 전화에서 "동양증권에서 전화로 회사채를 팔았을 당시 어느 계열사에 투자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고 800만원을 시작으로 투자를 거듭하면서 총 7000만원까지 투자했다"며 "이번에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동양과 동양시멘트에 투자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동양증권 전국 지점에는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조는 이날 춘천지방법원에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현 회장 등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혐의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동양그룹 계열사 CP 피해자들을 모집해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지난 1일 동양시멘트와 시스템통합(SI) 업체 동양네트웍스는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특히 그룹내 재무구조가 가장 우수한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선택하면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동양증권 노조도 법원에 낸 탄원서에서 "동양시멘트는 재무제표상 법정관리 신청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현재현 회장 일가의 재산 보호 및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의로 신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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