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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동양 회장의 거짓말

  • 2013.10.21(월) 10:58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말을 번복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헷갈리거나, 국감장의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동양그룹을 파국으로 이끈 오너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묻는 자리에서 거짓말은 용납되기 힘들다. 부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에 투자한 5만 명이 그의 말을 듣고 있다.

◇ 돌 반지 VS 6억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장. 증인으로 출석한 현재현 회장은 시종일관 입을 굳게 닫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조원진 민주당 의원은 “오너 일가의 부도덕성이 부각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고 질문을 던지자, 현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아마 저희 아내가 대여금고를 찾은 걸 생각하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경솔하고 오해받을 일이다. 죄송하다. 아내가 엄청난 충격을 받고 신변정리 차 개인사물을 찾기 위해 대여금고를 찾게 됐다. (언론에 알려진) 현금이나 금괴가 아니다. 결혼 때 한복에 썼던 노리개, 비녀, 마고자 단추, 애들 돌 반지 등이었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동양증권 계좌에서 현금 6억 원을 인출했느냐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현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하루 만에 말이 바뀐 것이다.

 

 

◇ 법정관리 언제 인지했나?

현 회장이 언제 법정관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느냐는 이번 동양사태에 중요한 문제다. 동양은 특수목적법인(SPC) ‘티와이석세스’를 통해 9월까지 1569억 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9월은 자매기업 오리온이 지원을 거부하면서 동양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시기다. 법정관리를 염두에 두고도 기업어음을 발행했다면, 현 회장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현 회장은 지난 17일 국감에서 긴박했던 9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마지막 순간까지 CP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딜(deal)을 추진했다. 9월27일 동양파워 지분 매각을 위한 이사회까지 열기로 했으나, 무산됐다. 법정관리 신청 이틀 전 밤새 (법정관리)서류를 만들었다. 마지막까지 법정관리를 예상하지 못했다.”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0일 이틀 전인 28일까지 법정관리를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 회장은 국감에서 이런 말도 남겼다.

“9월23일 오리온이 지원이 어렵다고 한 그날 오후 법정관리를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난달 23일은 법정관리 신청 일주일 전이다.

◇ ‘숨은 실세’ 누가 추천했나?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누구 추천으로 들어왔냐?
현재현 회장 : 4~5년 전에 제가 채용했다.

현 회장은 동양그룹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를 직접 채용했다고 이번 국감에서 주장했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많고 창업해본 경험”때문에 발탁했다는 것이다. 현 회장은 “‘디자인 경영’ 차원이다. 아내(이혜경 부회장)가 원래 미술을 전공해서 디자인과 광고 쪽 일을 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철 대표는 줄곧 이혜경 부회장의 부탁으로 동양그룹에 발을 들였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사 행사에서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이혜경 부회장을 처음 만났고, 인테리어와 디자인 관련 업무를 통해 자연스레 입사를 추천받았다.(8일 김철 대표 입장자료)” “동양그룹에 오게 된 계기는 이혜경 부회장께서 디자인경영에 관한 포괄적인 계획안을 원하셨다(15일 김철 대표 보도자료)”

▲ 동양 그룹 '숨은 실세'로 지목된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


김철 대표는 지금까지 동양그룹의 ‘숨은 실세’이자 이 부회장의 ‘사람’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2008년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한 이 부회장에게 경영에 대해 조언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한 학기 다니다 중퇴한 김철 대표가 38살의 젊은 나이에 전격적으로 대표이사에 발탁된 배경에는 이 부회장이 있다.

특히 현 회장과 이 부회장 사이에 알력 다툼이 있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현 회장과 김철 대표의 말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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