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동양호(號)에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 동양그룹내 ‘숨은 실세’로 알려진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이가 그간 침묵을 깨고 현재현 회장을 비롯한 동양그룹 전체를 비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터넷언론과 홍보대행사가 짜고 동양그룹을 비판한 보도자료를 뿌려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16일 오전 A 홍보대행사는 동양 출입 기자들에게 ‘[동양그룹 기획] 동양그룹을 좌초시킨 5대 악재는’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보도자료는 동양그룹이 법정관리에 까지 가게 된 배경에 대해 ▲동양레저 중심의 무리한 지배구조 재편과 동양생명의 황당한 골프장 매입 ▲동양메이저(현 (주)동양)의 엉성한 사업 확장에 따른 레미콘 사업 실패 ▲동양시멘트의 삐뚤어진 우회상장으로 재무적 부담 가중 ▲(주)동양의 무리한 사업양수도로 인한 재무적 악화 등으로 자세히 분석했다.
동양그룹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이 홍보대행사 존재 자체에 대해 모르겠다”며 “어떤 근거로 이런 보도자료를 뿌렸는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A사는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보도자료를 회수해달라”며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전달했다. 이 대행사는 보도자료의 일부 팩트가 틀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황당한 점은 이 보도자료가 이 대행사의 계열사가 운영하는 인터넷언론(미디어인뉴스)에서 작성한 기사를 그대로 베껴 썼다는 점이다. 이 보도자료를 낸 박광수 A대행사 부사장은 미디어인뉴스의 발행인 겸 편집인이었다. 누군가 다분히 의도적으로 기사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광수 부사장은 “미디어인뉴스가 작성한 기사”라며 “대행사에 누가 보도자료 배포를 의뢰했는지는 말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B 언론사가 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배후로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로 지목했다가, 기사를 삭제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이날 오전 B사는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가 그룹 관계자를 통해 항변에 나섰다”며 이 보도자료를 인용 보도했다가, 오후 늦게 이 기사를 삭제했다. 미디어인뉴스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고 있다.
김철 대표는 하루전인 15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그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 글에서는 그는 “이 모든 정책(기업어음 발행)을 만들고 운영한 분들이 아마 보이지않는 손이거나 구조조정의 실세들일 것”이라며 현 경영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10여년전부터 기형적인 지배구조와 무리한 대출, 빠르게 변하는 금융제도에 따른 부적응 등 구조조정의 시행착오가 보였다”며 “특히 금융지주회사를 꿈꾸던 금융계열사와 사양산업이라 천대받던 제조계열사들의 보이지 않는 힘싸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계열사 대표이사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그룹 경영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철 대표는 2008년 이혜경 부회장의 권유로 동양에 입사해 38살의 젊은 나이에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김 대표가 만든 회사(미러스)에 자본금 20억원을 투자했고, 이 대표는 이 부회장이 2008년 선언한 ‘디자인 경영’에 대해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비선라인 김철 대표 세력과 현재현 회장을 옹호하는 그룹내 임원간의 사이가 틀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