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수년째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지난해 일련의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등 정부가 부동산 살리기에 팔을 걷어부쳤지만 `과실`은 미미했다. 주택경기 침체로 국내 건설수주가 줄며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민간은 물론 이젠 공공부문 쪽도 밝지 않다.
그나마 해외 부문이 국내 건설경기의 부진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해외 역시 수주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채산성은 예전만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불황으로 이미 재무 안전성에 `금`이 간 업체들이 많다보니 크레딧 시장에서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건설업 체크리스트
① 주택 등 민간건설 침체 지속: 건설업체의 수익은 민간과, 공공, 해외건설 부문에서 창출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민간건설 부문 전망은 어둡다. 수도권 지역의 주택경기 침체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분양 가구수가 2009년 3월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수도권 지역 미분양 물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건설업체들의 채산성은 계속 낮아져왔다. 신평사들은 민간부문 수주가 급격히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향후 대기수요의 매매수요 전환 여부와 추가적인 부동산 활성화 대책 등이 체크 포인트다.
②공공부문 건설: 공공부문 건설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들게 되면서 부진이 우려된다. 올해 정부 SOC 예산은 23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3% 감소했다. 신규사업에 대한 예산도 미미한 편이다.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들의 부채 증가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지방부채 부담으로 투자여력이 제한되면 건설업체들의 공공부문 수익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③해외수주 원가율: 해외 건설은 한동안 국내 건설 경기 침체를 상쇄해 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중동 산업플랜트 시장은 유럽과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졌고 지난해 부터 일부 대형건설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올해도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가 지속되겠지만 경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의 해외부문 원가율 상승과 영업손실 여부가 관심사다.
④ 우발 채무 및 유동성 위험: 건설업체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고 기존 대출 차환도 어려워지면서 우발채무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 회사채 차환 역시 어려운 상태인 만큼 신평사들은 건설업체들의 현금성 자산과 만기도래 차입금 및 상환 대책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과 재무적인 자금 융통이 가능한지 여부도 모니터링 요소다.
◇ 주요기업 크레딧포인트
①삼성엔지니어링 : 지난해 3분기 신규수주 감소와 해외플랜트 부문의 채산성 악화로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수익성 악화와 운전자금 부담 확대는 재무안전성을 떨어뜨렸고 부채비율도 급격히 올라간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해외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영업수익성 개선 정도와 영업 및 영업외적 자금창출에 따른 레버리지 축소 여부가 관건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AA-에서 등급을 내려 A+를 부여하고 있다.
②현대산업개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사업 채산성 악화로 2012년 이후 수익성 지표가 급격히 하락 중이다.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부담이 과중한데다 자체사업 위주의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 차입금 변동성이 큰 점도 재무안정성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11월말 2조111억원의 차입금 중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비중이 64.2%에 이른다. 다만 유동성 대응능력은 양호한 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A+, 나이스신평은 A2+로 등급을 유지했지만 나란히 '부정적' 전망을 부여했다.
③신세계건설: 계열사 물량 덕분에 재무구조가 양호하지만 영업수익성과 영업현금창출력이 떨어진다. 비계열 민간개발사업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의 우발채무 부담이 수익성을 떨어뜨렸고, 2010년 이후 회원제 골프장 신설과 관련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 차입부담이 확대되면서 부채비율도 크게 올랐다. 한기평은 A2-, 나이스신평은 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기존 대손처리가 일단락되고 공사금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프로젝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개시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골프장 관련 공사도 일단락돼 추가 자금부담도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④경남기업: 사업항목은 전반적으로 양호하지만 유동성 관련 지표 등이 부진하고 저조한 영업현금 흐름으로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기일이 도래하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과 전자어음 결제, 차입금 상환 등이 원활할지가 신용등급에 있어 주된 변수다. 한기평과 나이스신평은 투기등급인 'BB+' 등급을 매겼다.
◇ 기업별 신용등급 변화 (2013년)
한화건설 A- → A
지에스건설 AA- → A2+
에스케이건설 A+ → A
신세계건설 A → A-
계룡건설산업 A- → BBB+
동부건설 BBB → BBB-
경남기업 BBB- → CCC
현대산업개발 A+ → A+
삼성엔지니어링 AA-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