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홀로서기 고수한 현대그룹의 시련

  • 2014.03.24(월) 17:48

한신평 "투기등급 강등이유는 지배구조 때문"
"경영권 방어과정서 순환출자·파생손실 발생"
대한항공의 지원 기대감 큰 한진해운과 `대조`

똑같은 어려움을 겪는 해운사인데 한진해운은 투자등급(BBB- 이상)이고 현대상선은 투기등급(BB+ 이하)인 이유는 뭘까.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BBB+ 등급을 줬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그런데 한진해운은 투자등급인 BBB, 현대상선은 투기등급인 BB+로 매겼다.

양사 모두 해운업황 침체라는 어려움을 겪고 과도한 부채비율로 시장의 관심을 받기는 마찬가지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게다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몰지는 않았다. 한신평만 너무 가혹했던 것은 아닐까.

 



한신평은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신평 본사에서 열린 '현대그룹, 구조조정 성공 가능성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이 엇갈린 이유를 설명했다.

한신평이 양사의 신용등급을 달리 매긴 가장 큰 이유는 '지배구조'였다. 독자노선을 걷던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달리 현대상선은 외부의 지원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류승협 한신평 기업·그룹평가본부 실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2003년 고(故) 정몽헌 회장 사망 이후 경영권 분쟁과 방어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순환출자가 형성됐다. 현대로지스틱스나 현대엘리베이터 모두 비교적 양호한 영업실적을 내고 있지만 현대상선이 안좋으면 현대엘리베이터가, 그로 인해 현대로지스틱스가 영향을 받는 구조다. 파생상품으로 확보한 지배력을 빼면 현대상선은 2대주주(범 현대가)로부터의 경영권 위협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한진해운에는 이미 대한항공의 지원의사가 있었고 (한진해운으로) 돈도 들어갔다. 여기에 4000억원 증자 참여도 예정돼있다. 지배구조도 바뀌면서 대한항공이 장악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일부에선 대한항공의 지원여력을 문제 삼는 곳도 있지만 에쓰오일 지분 등을 감안하면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의지나 강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이게 가장 큰 차이다. (현대상선과) 등급이 같을 순 없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한국을 대표하는 해운선사라는 점 말고도 공통점이 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오너의 `유고 `로 배우자가 경영권을 넘겨받았고, 둘다 모그룹이나 주력그룹과 거리를 두며 독자경영을 해왔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그룹은 범(汎) 현대가에 경영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속에 지금의 지배구조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해운업 리스크에 그룹 전체가 종속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그룹내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데 투입한 금액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파생상품계약으로 입은 손실은 52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위기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두 회사의 대응은 달랐다. 한진해운은 모그룹인 한진그룹에 기댔지만 현대그룹은 그렇지 않았다. 한진해운이 최근 경영권을 한진그룹에 넘기는 대가로 투자등급을 얻었다면 현대그룹은 독자노선을 걷는 대가로 투기등급이라는 꼬리표를 단 셈이다.

그렇다면 현대상선은 투자등급을 회복할 수 있을까. 류 실장은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했다. 일단 급한 불을 꺼야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수익성 회복 과제도 던졌다. 지난해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마이너스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현대상선이 정상화되려면 과거 10년간 기록한 평균 1.8%의 영업이익률은 거둬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벌어들인 돈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현대그룹은 내년에 또한번의 시험대에 서게된다. 올해 감당해야할 차입금 부담은 자구안 실행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내년에만 공모사채와 기업어음 등 시장성 차입금 1조1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홀로서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